이미지 크게보기南 이희범(왼쪽) 평창동계올림픽 조직위원장이 18일 국제올림픽위원회(IOC)에서 열리는 ‘평창 회의’ 참석차 스위스를 방문, 제네바 공항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평양서 대규모 병력 동원 포착
세계에‘핵무력’홍보하려 할듯
공동보도문선 평창문구 삭제도

정부 ‘져주기식 협상’일관하다
北에 주도권 내주게될까 우려

북한은 평창동계올림픽 대표단 참가를 약속하면서도 올림픽 개막 전날 대규모 열병식 개최와 올림픽 불참 협박, 공동보도문 평창 삭제 등 이중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우리 정부는 북한의 평창올림픽 참가에 초점을 맞추느라 이 같은 북한의 이중적 행보에 제대로 된 대응을 못 하고 있다. 하지만 남북 대화 초기 단계에서 져주기로 일관하는 현재의 협상 전략이 평창 이후 남북관계에서까지 북한에 주도권을 내주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9일 정부 소식통에 따르면 북한은 평창올림픽 개막 전날인 2월 8일 평양에서 정규군 창설 70주년을 기념하는 대규모 군사 퍼레이드를 진행할 계획이다. 평양 미림비행장에서 병력 1만2000여 명과 포병 장비 등 차량 50여 대를 동원한 군 열병식을 준비하는 동향이 포착됐다. 한 국책 연구기관 관계자는 “북한의 국내 정치 행사이기도 하고, 전략 자산을 대거 공개해 ‘핵무력 완성’을 세계인에게 홍보할 기회로 삼을 수 있다는 점에서 북한이 열병식을 연기하거나 취소할 가능성은 낮다”고 말했다. 이는 한·미가 북한의 평창올림픽 참가를 고려해 연합군사훈련을 4월로 전격 연기한 것과 대조되는 행보다.

북한은 회담장 바깥에서 대남 압박을 가하는 양면전술 수위도 날로 높이고 있다. 19일 북한 대남선전 매체 ‘우리민족끼리’는 “북남 관계가 지금처럼 계속 앞으로 나아가는가 그렇지 못한가 하는 것은 남조선 당국이 여론 관리를 비롯해 어떤 자세와 입장을 취하는지에 달려 있다”며 불참 협박을 지속했다.

북한은 또 현재까지 3차례 남북 공동보도문을 공개하면서 ‘남북 공동입장’ ‘아이스하키 단일팀’ 등 중요 합의 내용을 삭제하고 ‘평창’에 대한 언급 역시 단 한 차례도 하지 않았다. 그러면서 ‘마식령스키장 공동훈련’ ‘금강산 합동 문화행사’ 등 북한에서 열리는 행사만 공동보도문에 담았다.

회담 진행 과정에는 직전까지 대표단 인사의 직책을 우리 측에 알리지 않는 비상식적인 태도도 보였다. 17일 남북 차관급 실무회담이 진행되기 전까지 우리 정부는 북측 회담 대표단에 북한 조선중앙통신 기자가 포함된 사실을 파악하지 못했다. 정부는 오는 23일 우리 측 선발대의 북한 마식령스키장 파견에도 북한과 협의가 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우리 취재진과 동행하지 않는다는 방침이다.

김영주 기자 everywher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