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前대통령의 품위·예의 버려
잘못 없다면 자진 출두해야”
‘보수 재결집’ 역풍 우려도

더불어민주당은 문재인 대통령이 18일 이명박(MB) 전 대통령의 전날(17일) 기자회견 내용에 대해 ‘분노’ ‘정부 모욕’ 등의 표현으로 강도 높게 비판한 것에 대해 “이 전 대통령이 검찰 수사를 빠져나가기 위해 언급해선 안 될 역사적 비극까지 거론한 것은 정말로 분노할 만한 일”이라며 적극 옹호했다.

김현 민주당 대변인은 이날 통화에서 “어제 이 전 대통령의 기자회견 내용을 들은 국민도 분노를 금할 수 없었을 것”이라며 “오늘 문 대통령의 입장은 이런 국민의 마음을 그대로 담아 간결하면서도 강하게 밝힌 것”이라고 말했다. 제윤경 원내대변인도 “이 전 대통령 수사는 적폐청산 과정에서 반드시 밝혀내야 할 위법 사항을 조사하는 것인데, 이를 피하기 위해 노무현 전 대통령의 죽음까지 언급하며 정치 보복 운운한 것은 모두가 분노할 만한 일”이라며 “문 대통령이 밝힌 그대로의 심정”이라고 했다.

앞서 우원식 원내대표는 국회에서 열린 당 정책조정회의에서 “전직 대통령으로서의 품위와 예의를 저버리고, 재임 시절 권력형 비리 사건 수사에 노 전 대통령 서거를 끌어들인 것은 최소한의 정치 금도를 넘어선 것으로 대단히 유감스럽다”며 “23년 전 전두환 전 대통령의 골목길 성명 버전 2에 불과한 내용”이라고 지적했다.

민주당은 검찰이 좌고우면하지 말고 이 전 대통령에 대해 철저히 수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태년 정책위의장은 “이 전 대통령이 어제 국민 앞에 밝힌 바와 같이 측근은 잘못이 없고 본인에게 잘못이 있다고 한다면 검찰 수사에 자진 출두하길 바란다”며 “검찰은 모든 의혹의 실체적 진실을 법대로 제대로 밝혀 주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하지만 여권 일각에선 이 전 대통령에 대한 검찰 수사가 막히거나 정치 보복 프레임이 먹혀들 경우 ‘보수 재결집’ 역풍이 불 가능성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 때문에 이 전 대통령의 검찰 소환 조사까지는 신중히 접근해야 한다는 주장도 조심스럽게 제기된다.

민주당 관계자는 “지방선거가 얼마 안 남았는데 이 전 대통령을 직접 수사하다가 구속영장이 기각되거나 하면 괜히 보수진영에 ‘우리가 옳다’는 사인을 줄 수도 있다”며 “민주당이 추구하는 영남지역으로의 ‘동진 정책’에도 차질이 빚어지는 만큼, 신중해야 한다는 기류도 있다”고 말했다.

이후연·박효목 기자 leewho@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