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정부 연구원의 보수원장

“국가안보전략연구원을 국가와 국민에게 의미 있는 연구를 하는 연구기관, 세계적인 연구기관의 반열에 올려놓는 것이 제가 가지고 있는 목표입니다.”

조동호 국가안보전략연구원장은 16일 “그동안 연구원이 강점을 충분히 살리지 못한 측면이 있는데 최근에는 세계적인 연구기관과 양해각서(MOU)를 맺는 등 대내외적 위상이 전에 비해 올라가고 있다”고 말했다. 국가안보전략연구원은 1977년 설립된 국제문제조사연구소로 외교·안보·대북전략·통일정책 등을 연구한다. 국가정보원의 싱크탱크로서 고급 정보에 접근이 가능하고, 국내에선 유일하게 탈북민 출신 연구원 10여 명을 둔 연구기관이라는 강점을 갖고 있다. 하지만 국정원 산하라는 점 때문인지 오히려 연구 역량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했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그는 지난해 9월 취임 이후 연구원 문화를 보다 능동적으로 변화시키고, 연구 인력을 보강하는 데 집중했다. 미국 애틀랜틱카운슬·프랑스 전략연구재단(FRS) 등 세계적인 국제·안보 연구기관과 학술교류 MOU를 맺고 공동학술 행사도 진행했다. 조 원장은 “취임 후 설계한 연구원 발전 방안이 올해 본격적인 실행 궤도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며 “내년 초쯤 눈에 보이는 성과가 나타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조 원장이 연구원을 세계적인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데 전력을 기울이고 있는 것은 취임 배경과 관계가 깊다. 평생 북한경제 연구자의 삶을 살아온 그는 이화여대대학원 북한학과 교수로 일하던 지난해 원장직을 제안받고 수차례 고사를 했다. 이념 갈등이 심한 사회적 분위기 속에 보수 성향인 자신이 진보 성향인 문재인 정부에서 국정원 산하 연구원 원장으로 앉으면 여러 말이 나올 수 있어서였다. 하지만 연구원을 세계적인 연구기관 반열에 올려놔 달라는 서훈 원장의 간곡한 부탁에 결국 원장직을 수락했다. 그는 “연구기관은 이념보다는 실력이 더 중요하고, 좌파니 우파니 따지는 것보다 앞으로 나아가는 전파가 더 소중하다는 생각에서였다”고 말했다.

김영주 기자 everywher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