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12일(현지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 인근 발렌시아에 위치한 삼성리서치아메리카(SRA) 소속 오디오랩에서 앨런 디밴티 상무가 무반향실에서 이뤄지는 음원 측정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무반향실은 외부 소음이 유입되지 않고, 소리 또는 전자파 반향이 완벽하게 흡수되도록 만들어진 공간이다. 삼성전자 제공

- 삼성전자 음향전문연구 LA ‘오디오 랩’가보니…

박사급 4명·뮤지션 등 19명
오디오 관련 경력 도합 300년
무반향실서 ‘최상 음원’연구

작년 美 컨슈머리포트 조사서
12개 모델이 최고 등급 받아

천장부터 바닥까지 6개 벽면에 유리섬유로 만들어진 음향흡수체가 빼곡하게 들어선 무반향실. 이곳에서는 측정하려는 음원을 제외한 모든 소리가 사라진다. 보통 스피커에서 나오는 소리는 주변 소음과 뒤섞여 정확하게 듣기 어렵다. 온갖 잡음이 벽과 바닥에서 같이 튕겨 나오기 때문이다. 무반향실에서는 바깥의 소리가 유입되지 않은 채 소리나 전자파의 반향마저 99% 흡수된다. 완벽한 무음에 30분을 채 견디기 힘들다는 공간에서는 음원 측정이 가장 완벽하게 이뤄진다.

12일(현지시간) 전세계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중심지 미국 로스앤젤레스 인근 발렌시아에 위치한 삼성리서치아메리카(SRA) 소속 오디오랩. 2013년 말 총 264평 규모로 설립된 이곳은 무반향실, 청음실, 블라인드실험실 등을 갖춘 음향기술 전문 연구기관이다.

오디오랩은 삼성전자 제품의 음질을 최고 수준으로 높이는 산실이다. 박사급 인력 4명을 비롯해 엔지니어, 뮤지션 등 오디오 분야 전문가 19명이 근무하고 있다. 이들의 오디오 분야 경력을 합치면 300년이 넘을 정도다.

앨런 디밴티 오디오랩 상무는 “오디오 기술력에서 세계 1등을 차지하기 위해 일하는 조직”이라며 “스마트폰이나 가전, TV 등에서 나오는 소리를 사용자들에게 왜곡 없이 전달하기 위해 실제 청취 환경을 만들어 음질을 분석한다”고 말했다.

삼성전자가 오디오 기술력에 투자하는 이유는 2010년 이후 패러다임이 바뀐 시장 때문이다. TV 시장의 경우 화질과 크기가 상향 표준화되면서 오디오가 차별점으로 떠올랐다. 전자기기를 다룰 때 버튼이나 마우스 대신 빅스비 등 음성인식 서비스가 많이 쓰인다는 점도 한몫했다. 즉 전자기기에서 오디오 기술력 확보 여부가 시장 경쟁력을 가르는 요소로 떠올랐다는 얘기다. 연구 결과는 시장 성과로 이어졌다. 15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TV 사업을 시작한 이후 처음으로 2017년 미국 소비자평가기관 ‘컨슈머리포트’의 음질 평가에서 12개 모델이 최고 등급인 ‘엑설런트’를 받았다. TV 제조업체 중에서 유일하게 TV 전용 무반향실을 갖추고 2016년부터 분석 결과를 제품에 반영한 덕분이다.

디밴티 상무는 “제품 설계 변경이 아닌 정확한 음질 측정과 분석만으로 올린 성과”라며 “경쟁사들은 탁자 위에 제품을 올려두고 좌우 소리만 측정하지만, 우리는 편향성을 일절 배제한 여러 가지 측정으로 사각지대 소리까지도 낱낱이 분석한다”고 말했다.

로스앤젤레스 = 권도경 기자 kwo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