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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문점 통일각서 실무 협의

전문가들, 北체제선전 우려
“모란봉악단 단원 모두 군인
운전대 김정은에 줘선 안돼”

남북이 15일 오전 10시 11분 판문점 북측 지역인 통일각에서 북한 예술단의 평창 동계올림픽 파견을 위한 실무접촉에 들어갔다. 이번 실무접촉에서 남북은 평창 올림픽 기간 내려올 북한 예술단 구성과 공연장소, 일정 등을 논의하게 된다. 하지만 북한이 모란봉악단 등 북한 체제 선전과 김정은 찬양 활동을 주로 하는 군 소속 예술단을 파견할 경우 평창이 북한 체제의 선전장으로 전락해 평화 올림픽이라는 취지가 무색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우리 측 수석대표인 이우성 문화체육관광부 문화예술정책실장은 이날 오전 서울 삼청동 남북회담본부를 출발하기 전 “북측 예술단 방문은 평창 동계올림픽과 관련해 대내외적으로 많은 관심과 기대를 모으고 있다”며 “좋은 합의 결과를 도출하기 위해 실무적 문제에 관해 차분하게 협의를 하겠다”고 말했다. 북한 예술단 파견이 평창 올림픽에 대한 세계적인 관심을 높이는 기회가 되도록 노력하겠다는 뜻을 밝힌 것이다.

그러나 북한이 모란봉악단 등 군 소속 예술단의 평창 파견을 시도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실제로 이날 북측 대표단에는 현송월 모란봉악단 단장이 포함돼 모란봉악단 파견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이윤걸 세종연구소 객원연구위원은 “모란봉악단은 국방위원회가 전신인 국무위원회 소속이며 현송월 등 단원들은 모두 군인”이라며 “이런 군인들을 받아서 평화의 올림픽을 치른다는 것은 모순”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정부가 북한의 평창 참가 자체에 지나치게 의미를 부여하다 평창을 선전장으로 삼으려는 북한의 노림수에 말려들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실제로 북한은 평창 올림픽 참가를 지렛대로 운전대를 자신들이 잡으려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14일 ‘남조선당국은 착각하지 말아야 한다’는 제목의 기사에서 “겨울철올림픽경기대회에 참가할 우리 대표단을 태운 열차나 버스도 아직 평양에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는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0일 신년연설에서 “북핵 문제가 해결돼야 남북관계가 개선될 수 있다”고 밝힌 것에 대해 평창 올림픽 불참을 카드로 꺼내는 것이다. 차두현 아산정책연구원 객원연구위원은 “평창 개막이 가까워 올수록 북한이 강하게 자신들의 요구를 들이밀 가능성이 있다”며 “운전대를 김정은에게 내주지 않기 위해선 협의 과정에서 조급함을 드러내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김영주·박준희 기자 everywher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