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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프트웨어 비중 11.7% 불과
CES는 이미 ‘AI 경연장’변신
“관련기업 R&D 투자 유인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고 있는 ‘소비자가전전시회(CES)’가 인공지능(AI) 등 소프트웨어 경연장이 된 가운데 국내 정보통신기술(ICT) 산업이 하드웨어 제조 중심의 ‘외발 성장’에 치우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AI가 조만간 ICT 산업의 핵심 플랫폼으로 자리 잡을 것으로 보여 스마트폰에서 나타났던 운영체제(OS), 애플리케이션 장터 등 플랫폼 ‘종속’ 체제가 미래에 반복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11일 관련 업계와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에 따르면 국내 ICT 산업에서 전자부품 등 제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2016년 71.5%로 나타났다. 2009년 74.2%와 비교해 나아진 수준이긴 하지만 여전히 압도적 비중이다. 반면 소프트웨어의 경우 2016년 11.7%의 비중(2009년 9.0%)을 차지하는 데 그쳤다. 글로벌 추세는 다르다. 해외 ICT 산업에서 높은 성장률을 기록하고 있는 부문은 ICT 제조업이 아닌 소프트웨어 등 ICT 서비스 부문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회원국을 대상으로 한 ICT 부문별 성장 추이 조사에서 2015년 ICT 제조업 분야는 93.1로 2008년 100 기준에서 떨어졌다. 반면 소프트웨어 제작은 111.9로, 정보기술(IT) 및 기타 정보서비스는 115.9로 높아졌다. 이는 OECD 국가 기업들의 연구·개발(R&D)이 제조업보다 소프트웨어에 맞춰져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한국은 전체 R&D 투자 중 ICT 제조업 비중(2015년 기준)이 48.9%에 달해 미국(17.0%), 중국(16.5%), 일본(15.8%)보다 월등히 높은 수준이다.

문제는 한국이 주력으로 삼고 있는 ICT 제조업 분야의 성장성이 어둡다는 데 있다. 시장조사업체 가트너 조사 결과 ICT 기기 분야는 지난해 3.8%와 올해 3.6%의 성장을 보인 뒤 2021년에는 -0.1% 성장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됐다. 소프트웨어 분야가 지난해와 올해 각각 7.6%와 8.6% 성장한 뒤 2021년에도 8.1%의 양호한 성장을 할 것이란 예상과는 대조적이다.

더욱이 ICT 제조 분야에서 중국의 성장세가 높아지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위기감은 더욱 커진다. 정혁 KISDI 연구위원은 “한국이 반도체 중에서도 하이엔드 메모리 반도체에서만 경쟁력을 유지하고 있는 구조가 향후 한국 ICT 산업에 부담이 될 전망”이라며 “ICT 서비스·소프트웨어 부문의 R&D를 확대하기 위해 관련 기업들에 R&D 투자 확대 유인책을 제공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 같은 국내 ICT 산업의 불균형은 CES 등 글로벌 기술 경쟁 무대에서 이미 결과로 나타나고 있다. 지난해부터 AI의 경연장으로 탈바꿈한 CES에서는 ‘알렉사’와 ‘헤이 구글’을 부르는 관람객들의 목소리가 높다. 자동차는 물론 가전에 아마존의 음성인식 AI 알렉사와 구글의 AI 어시스턴트가 탑재됐기 때문이다.

국내 굴지의 가전업체 LG전자 역시 CES에서 아마존과 구글의 AI를 탑재한 제품을 선보인 바 있다.

임정환 기자 yom724@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