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담은 ‘쌍중단’ 실현과정 해석
“南北 긴장완화 결과물 없으면
美, 다시 군사훈련 재개할 것”

중국 당국은 9일 열린 남북 고위급 회담을 한반도 긴장 완화를 위한 출발점으로 여기면서 미국의 태도를 주시하고 있다. 중국에서는 이번 남북회담을 ‘쌍중단’(북한 핵·미사일 도발과 한미연합군사훈련 동시 중단)의 실현 과정이라는 기대감으로 대화를 통한 북핵 문제 해결을 내세우면서 한반도 정세의 주도권을 놓지 않으려는 분위기가 흘러나오고 있다.

중국 관영 신화(新華)통신은 이날 “남북한 쌍방이 이번 회담을 통해 그동안 얼어붙었던 한반도가 다시 따뜻해지고 있다는 신호를 보내고 있다”면서도 “남북한은 이번 회담을 통해 관계를 개선하면서 자신의 몫을 극대화하려고 하고 있다”고 밝혔다. 환추왕(環球網)은 이번 회담이 판문점의 남측 ‘평화의 집’에서 열리며 2015년 말 이후 첫 고위급 교류라면서 회담 배경을 자세히 소개하고 “과연 ‘평화의 집’에서 ‘평화의 꽃’을 피울 수 있을지 관심을 끌고 있다”고 언급했다.

환추왕은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남북대화 지지를 표명하고 북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과의 직접 대화 의지도 표명했지만 미국은 남북대화를 밖에서 보는 걸 달가워하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미국은 북한의 핵 개발을 멈추게 하려고 대북 압박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으며, 한국과 미국은 평창동계올림픽 후 군사 연합훈련에 나설 것”이라고 전망했다. 신화통신도 “한반도 문제의 관건은 북·미 관계에 있으며, 미국의 의견이 절대적으로 중요하다”고 밝혔다.

이번 회담은 중국의 쌍중단 주장이 결실을 본 것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홍콩 밍바오(明報)는 사평에서 “북한이 도발을 멈추고 남북대화를 시작하고, 미국이 한미연합군사훈련 연기에 동의한 것은 중국이 제안한 쌍중단이 사실상 현실화한 것”이라며 “하지만 남북이 이번 회담에서 한반도 긴장 완화와 화해를 위한 긍정적인 결과물을 내놓지 못한다면 미국은 다시 군사훈련을 재개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과정에서 중국이 미국과 북한 사이에서 주도권을 갖고 적극적인 중재를 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베이징 = 김충남 특파원 utopian21@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