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일리·폼페이오 등 견제구

남북대화 일단 환영 밝혔지만
北核해결 도움될지엔 회의적
군사적 옵션도 여전히 열어놔
내일 남북회담 결과가 분수령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일단 남북대화에 ‘오케이(OK)’ 사인을 줬지만, 북한 비핵화 진전에 긍정적 효과를 가져다줄 수 없는 남북대화에는 여전히 회의적인 인식을 갖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이에 따라 9일 열리는 남북 고위급 회담 결과는 향후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정책 방향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트럼프 행정부 고위 인사들은 7일에도 이번 남북대화가 북핵 문제 해결의 전환점으로 작용할 가능성에 대해서는 일단 커다란 기대가 없는 것으로 분석된다. 니키 헤일리 유엔 주재 미대사가 이날 ABC방송 인터뷰에서 남북대화에 대해 “두 나라가 원한다면 대화할 수 있다”라면서도 “(남북이) 평창동계올림픽에 대해 대화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주제를 한정했다. 또 헤일리 대사는 △북한의 핵실험 중지 △북한의 핵무기 폐지 논의 의향 등 2가지를 북·미 대화 전제조건으로 명확히 꼽았다. 마이크 폼페이오 중앙정보국(CIA) 국장도 이날 CBS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남북대화가 북한의 진정한 변화를 끌어내지는 못할 것”이라면서 다소 부정적인 전망을 내놨다. 폼페이오 국장은 북핵 문제의 외교적 해결을 강조하면서도 “미국 대도시가 북한의 핵무기 보유로 인해 위험에 처하지 않도록 보장하는 데 필요한 일을 할 준비도 돼 있다”고 말했다.

이는 비핵화가 전제되지 않는 북한과의 대화는 의미가 없으며, 미국은 필요하다면 대북 군사적 옵션을 활용할 수 있다는 트럼프 행정부의 기존 입장을 재확인한 것으로 해석된다. 문재인 정부가 지난 4일 한·미 정상 간 통화를 통해 트럼프 행정부의 남북대화 필요성을 설득하면서 갈등을 1차적으로 봉합했지만, 이견은 여전히 남은 것으로도 볼수 있다. 앞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도 지난 6일 기자회견에서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과 “당장 통화할 의향이 있다”고 언급하면서도 비핵화라는 “확고한 입장이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따라 트럼프 행정부는 앞으로 ‘최대의 압박’ 정책을 유지할 것인지, 아니면 북·미 대화에 나설 것인지는 9일 열리는 남북 고위급 회담 결과를 본 뒤 판단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로써는 확률이 높지는 않지만 북한이 예상외로 남북회담에서 북핵 협상에 대한 의지를 드러내면서 핵실험 중단을 선언하고 핵 포기까지 시사한다면 트럼프 대통령이 “나는 늘 대화를 믿는다”고 밝힌 대로 북·미 대화의 물꼬가 트일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는 것으로 보인다.

워싱턴=신보영 특파원 boyoung22@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