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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는 무술년, ‘개’의 해이다. 그것도 60년 만에 맞는 ‘황금 개’의 해라고 한다. 1958년 무술년생이 바로 ‘황금 개’의 주인공들이다. 글쓴이도 주인공의 한 사람이니 새해를 맞는 마음이 남다를 수밖에 없다.

‘개’는 3만여 년 전에 덜 공격적인 늑대로부터 가축화된 동물로 알려져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아주 오래전부터 사육됐을 것으로 추정된다. ‘개’와 관련해 고려 때 책인 ‘계림유사’(1103)에 ‘家稀’가 보인다. 이는 우리말 ‘가히’를 한자를 이용해 표기한 것이다. 이로 볼 때 고려 시대에는 ‘개’를 ‘가히’라 불렀음을 알 수 있다. 15세기 정음(正音) 문헌에도 ‘가히’로 나온다. ‘가히’는 17세기 문헌까지 보이다가 사라지며, 지금은 일부 방언에 남아 있다.

‘가히’의 어원에 대해서는 설이 분분하다. ‘가히’ 자체를 개 짖는 소리를 상징한 의성어로 보기도 하고, 의성어 ‘간’이나 ‘곤’에서 나온 ‘가’에 접미사 ‘-히’가 결합된 어형으로 보기도 한다. 또는 만주어 ‘kuri(黎狗)’나 길랴크어 ‘kanyn(犬)’에서 차용한 말로 보기도 한다. 아직 정설이 없는 것이다.

‘가히’는 모음 사이에서 ‘ㅎ’이 탈락해 ‘가이’로 변한 뒤에 축약돼 ‘개’가 된다. 이때의 ‘개’는 발음이 [kay(가이)]여서 지금의 ‘개’와 달랐다. 독립적으로 쓰인 ‘개’가 보이는 것은 1541년의 문헌에서이다. 한자 학습서인 ‘신증유합’(1576)에 ‘犬(견)’과 ‘狗(구)’에 대한 새김으로 ‘개’를 선택한 것을 보면 16세기 중반 이후에는 ‘개’가 세력을 잡았음을 짐작할 수 있다.

그런데 ‘가히>개’의 변화는 독립형이 아닌 파생이나 합성 형태에서 먼저 일어나 주목된다. 파생어 ‘가히나리’에 대한 ‘개나리’가 이미 1489년 문헌에 보이고, 합성어 ‘가히삿기’에 대한 ‘개삿기’가 1518년 문헌에 보인다. ‘개[kay]’는 18세기 말 이후에 와서 지금과 같은 ‘개[kæ]’로 단모음화한다.

충북대 국어국문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