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혁신처 올해 채용 공고

“文정부 17만증원 공약 믿고
회사 그만두고 준비했는데
경쟁률만 높여 놨다” 격앙
순경공채 ‘남녀 차별’논란

지난해 다니던 사기업을 그만두고 9급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기 시작한 김모(여·30) 씨는 “올해 채용공고를 확인하고 농락당한 기분이었다”고 털어놨다. 김 씨는 “지난 대선 때 ‘공무원 17만 명’ 공약을 믿고 공시생(공무원시험 준비생)이 됐지만 선발 인원이 그대로더라. 시험 준비를 계속해도 좋을지 모르겠다”며 혼란스럽다고 말했다.

2일 인사혁신처는 ‘2018년도 국가공무원 공개경쟁채용시험 및 외교관후보자 선발시험 계획’을 관보에 게재했다. 직급별 선발 인원은 5급 383명(외교관후보자 45명 포함), 7급 770명, 9급 4953명으로 지난해 공채보다 고작 83명 늘어난 총 6106명이다. 선발 인원이 대폭 늘어날 것으로 기대했던 공시생들은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정부가 공무원 17만 명 증원을 추진하고 있지만, 행정직 등 국가공무원 공채로 뽑는 인원은 막상 거의 늘어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정부는 지난해 10월 발표한 ‘일자리정책 5년 로드맵’에서 공무원을 2022년까지 17만4000명 늘리겠다고 밝혔다.

이 계획에 따르면 2018년에는 국가직·지방직 공무원을 2만9700명 증원하기로 예정돼 있다. 그러나 증원 규모가 국회 예산안 심사 과정에서 국가직 9475명(교원·지방직 1만4900명)으로 줄어든 데다 이마저도 경찰·군 부사관·생활안전 등 일부 분야에 집중됐다. 결국 대다수 수험생이 준비하는 국가직 공채 선발 인원은 공무원 증원 정책의 혜택을 거의 보지 못하고 지난해와 비슷하게 결정됐다.

공무원 준비생들은 ‘17만 명’이라는 숫자 때문에 구직자들이 대거 유입되면서 경쟁만 치열해졌다며 격앙된 분위기다. 포털사이트 다음의 카페 ‘9꿈사’에는 “정치인은 여야 할 것 없이 믿어서는 안 된다”, 네이버 카페 ‘공드림’에는 “자유한국당이 반대하기 전에 정부가 내놓은 안부터가 쪽박이었다”는 글이 각각 올라왔다.

한 공시생은 “마이너스 증원도 증원”이라며 비꼬았고, 다른 공시생은 서울지하철 무기계약직 1288명 전원이 올해 3월 정규직으로 전환된다는 기사를 언급하며 “이게 평등이냐”고 분개했다.

일부 경찰시험 준비생들은 ‘남녀 역차별’ 문제를 제기하고 나섰다. 지난해 12월 22일 경찰청이 발표한 ‘2018년도 경찰공무원 채용계획’에 따르면, 여성 경찰관은 지난해 352명에서 올해 460명으로 늘어난 반면, 남성은 지난해 3170명에서 올해 2599명으로 대폭 감소했기 때문이다. 남성이 대다수인 순경 준비생들은 “직업의 특수성을 감안해야 한다”며 볼멘소리를 내고 있다.

조재연 기자 jaeyeo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