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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성욱 고려대 통일외교학부 교수

성탄절을 기점으로 국제사회의 대북 압박이 촘촘해지고 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북한의 ‘11·29 화성-15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실험 발사에 대응, 대북 석유제품 공급을 90% 줄이는 내용 등을 담은 신규 대북 제재 결의안 제2397호를 지난 22일 채택했다. 핵심은 유류(油類) 제재의 수위를 높이고 ‘달러벌이’를 옥죄는 것이다. 휘발유·경유·등유를 아우르는 정유제품 공급량을 연간 50만 배럴로 대폭 줄였다. “이젠 원유 차단만 남았다”는 메시지인 셈이다.

이번 결의안의 핵심은 대북 원유 공급을 차단할 출입구를 확보했다는 것이다. 기존 결의안에도 북한의 추가 도발에 대해 중대한 조치를 경고하는 내용은 있었다. 이번 신규 제재안에는 조치 대상을 ‘유류’로 적시해 추가 도발에는 유류 제재를 자동으로 추가 발동하겠다는 일종의 ‘유류 트리거(trigger·방아쇠) 조항’을 삽입했다. 연간 400만 배럴에 이르는 대북 석유 공급 차단은 단둥∼신의주 송유관의 공급자인 중국의 협조에 달렸다. 세컨더리 보이콧과 함께 중국을 대북 원유 제재에 동참시키는 묘안이다.

북한은 40여 개국에 최대 10만 명의 근로자를 파견해 달러를 벌어들인다. 이들 노동자가 2년 안에 전원 송환되면 최소 2억 달러의 외화 수입 감소가 예상된다. 북한의 수출금지 품목을 농산품에서 광물까지 확대한 것도 ‘자금줄 옥죄기’다. 이번 조치로 북한의 수출이 약 2억5000만 달러 줄어들 것이다. 북한의 서해·동해 조업권 거래 금지의 명문화는 ‘수산물 수출금지’를 보다 명확히 규정한 것이다. 최대의 맞춤형 제재를 통한 ‘돈줄’ 틀어막기의 시작이다. 기존 제재의 누수를 최대한 메우는 맞춤형 전략이다.

미국은 북한의 비핵화를 유도하기 위해 경제 제재와 동시에 군사 옵션도 검토한다. 영국 언론은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북한 미사일과 무기고를 파괴하는 ‘블러디 노즈(Bloody nose·코피)’ 작전을 준비한다고 보도했다. 협상 우선주의를 고수하는 제임스 매티스 미 국방장관도 “미국이 군사적 대응에 나서야 하는 경우 북한은 ‘최악의 날(the worst day)’을 맞이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모든 옵션이 테이블 위에 있다”는 표현이 결코 엄포가 아님을 시사한다.

미국의 모든 옵션에 대해 평양도 분주하다. 김정은은 노동당 제5차 세포위원장 대회에서 “누구도 핵공화국의 실체를 부정하지 못한다”며 더 대담하고 통 큰 작전을 예고했다. 5년 만에 1만 명의 당세포 책임자가 참석한 대규모 군중대회를 통해 인민들의 대미 결사항전 의지를 고취했다. 김정은의 언급은 추가 도발을 의미할 가능성이 작지 않다. 지난 6, 8월 안보리의 연이은 제재에 그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화성-14형, 12형으로 각각 맞대응하며 긴장을 고조시켰다.

지금쯤 북한 수뇌부는 무술년 신년사의 초안을 마련하고 김정은의 재가를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북한의 2018년 행보는 그의 선택에 달려 있다. 미국 중앙정보국(CIA)이 예상한 대로 평양이 내년 상반기 안에 핵 무력과 ICBM을 실전배치해 강공 일변도로 나아갈지, 아니면 대화 모드로 유턴할지 기로에 직면해 있다. 북한의 군사적 모험주의로 북·중 국경에 50만 명 규모의 북한 난민 캠프를 건설하는 시나리오, 매티스 장관의 “한반도 전쟁에 대비하라”는 선제타격 시나리오 등은 아직 수면 밑에 있다. 새해 김정은의 신년사에는 조건 없는 대화와 협상을 전격 선언하는 내용이 포함되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