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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재욱 경희대 교수·경제학 한국제도경제학회 회장

최근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했다. 올해 들어 3번째다. 이에 따라 기준금리가 1.25∼1.50%가 됐다. 연준은 내년에도 3차례 정도 금리 인상 가능성을 시사했다. 이것은 미국 경제가 회복되고 있다는 전망에 따른 것이다. 미국 경제가 올해 2.0%, 내년에는 2.5% 성장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실업률 역시 완전고용 수준인 올해 4.5%, 내년에는 3.9%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

연준의 금리 인상은 초저금리 기조의 종식을 말해준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세계 주요국이 금융 시스템의 위기를 막고 불황을 타개하기 위해 저금리 정책과 양적완화를 통해 통화 공급을 늘려 왔다. 이후 풀린 돈이 약 9조 달러이고, 현재 전 세계의 총통화량은 90조 달러가 넘는다. 사실 2008년 이후 각국이 취한 초저금리와 양적완화는 비정상적인 것이었다. 미 연준의 금리 인상은 이런 비정상적인 것을 정상화해가는 과정이다.

이제 미 연준의 금리 인상을 시작으로 다른 국가들 역시 금리를 인상해 갈 것이다. 이런 국제금리 인상의 추세에 맞춰 우리도 금리를 인상하지 않을 수 없다. 급격한 외환 유출로 외환위기를 맞을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금리가 인상되면 현재 1400조 원이 넘는 가계부채의 이자 부담이 커지고 한계기업들이 시장에서 퇴출될 것이다. 그리고 그것이 금융 시스템으로 전이돼 경제위기에 직면할 수 있다. 그렇다고 금리를 인상하지 않을 순 없다.

사실 가계부채 문제와 한계기업들의 문제는 저금리 정책으로 악화돼 왔다. 1997년 211조 원에 불과했던 가계부채가 지금 1400조 원에 이르게 된 것은 정권마다 내수 진작, 서민금융 활성화 등의 이유로 저금리 정책을 유지해 왔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른바 ‘좀비기업’들이 정리되지 못하고 한계기업들이 계속 증가해온 이유도 저금리 정책에 있다. 따라서 금리 인상을 그동안의 비정상을 정상화하는 것으로 받아들이면서 가계부채 문제와 한계기업 문제의 해법을 모색해야 한다.

가계부채 문제의 핵심은 상환 능력이다. 부채 상환 능력이 커지면 금리 인상에 따른 이자 부담은 많이 완화된다. 따라서 가계의 부채 상환 능력을 높이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가계의 부채 상환 능력을 높일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일자리 창출과 가계의 소득 증가다. 일자리 창출과 가계의 소득 증가는 기업에 의해 이뤄진다. 그러므로 기업이 자유롭게 활동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한편, 금리 인상으로 부채 상환 능력이 떨어진 가계에 대해서는 단기적으로 부채조정제도나 파산제도를 이용해 그 피해를 최소화할 필요가 있다.

한계기업 문제는 원활한 구조조정을 통해 풀어야 한다. 저금리로 ‘좀비기업’을 유지하면 귀중한 자원이 비생산적으로 사용되면서 경제는 쇠퇴하고 종국에는 경제 위기에 봉착할 수 있다. 그러므로 귀중한 자원이, 수익성 없는 부분에서 부를 창출할 수 있는 효율적이고 생산적인 부분으로 이동하는 구조조정이 이뤄져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기업의 인수·합병(M&A)이 원활하게 이뤄질 수 있어야 하고 노동시장이 유연해야 한다. 이를 위해 정부는 기업의 M&A를 방해하는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 전직(轉職)과 재취업이 쉽도록 노동시장의 유연성도 키워야 한다. 그래야 금리 인상에 따른 충격을 최소화할 수 있다. 결국, 정부가 해야 할 일은 기업 관련 규제를 대폭 완화하고 노동시장을 개혁하는 등 보약(補藥)을 달이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