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김영명 예올 이사장이 공근혜갤러리에 전시된 사진 작품 앞에서 포즈를 취했다.

- 김영명 ‘예올’ 이사장 사진전

40년전 작품부터 최근작까지
속치마 주제로 ‘빛의 美’ 추구
“젊은 시절의 꿈 이루어 보람”

“40년 전 미국 웰슬리대(정치학과)에 재학중일 때 전공은 아니지만 사진 수업을 들었죠. 평소 미술과 사진을 좋아했거든요. 그리고 결혼해 전업주부로 살며 손을 놓았다가 중앙대 사진 아카데미 과정을 수료하며 몇년전부터 다시 촬영을 시작했고, 개인전까지 열게 됐습니다. 감회가 깊습니다.”

문화유산보존모임인 재단법인 예올의 김영명(61) 이사장이 ‘속치마’란 타이틀로 서울 종로구 삼청동 공근혜갤러리에서 사진전을 열고 있다. 19일까지 계속될 전시에는 40년전 웰슬리대 재학시절 촬영한 사진 한 점과 최근작 20여 점 그리고 동영상이 전시돼 있다. 김 이사장의 작품에서 메마른 나무 둥치, 돌담, 스산한 겨울 숲을 배경으로 한결같이 등장하는 속치마들은 보는 이들에게 애잔한 느낌을 불러 일으킨다. 사진 작품을 통해 느낄 수 있는 아련한 감정은, 하얀 속치마가 얕은 개울가에서 아주 느리게 천천히 흘러가다가 사라지는 동영상에서 절정에 이른다.

“저는 빛을 좋아해요. 그런데 그 빛이 가장 잘 투영되는 소재가 하얀 빛깔의 속치마예요. 백색의 순수함, 순진함을 지닌 속치마가 바람에 휘날리거나 물속에서 흔들리는 모습이 보기 좋았습니다. 그같은 장면을 여러 컷 촬영하다 보면 진짜 디테일이 살아있는 좋은 사진 한 장을 발견합니다. ‘순간의 신비로움’이라고나 할까요. 보물을 찾은 기쁨을 맛봅니다. 어떻게 보면 저는 제 작품의 ‘중간 매개체’고, 완성은 자연이 해주고 있는 셈이죠.”

전시장에는 회화의 구상미와 추상미가 제각기 살아있는 사진 작품들이 섞여 걸려 있다. 자연 속 나무 등걸이나 돌담을 배경으로 한 구상적 사진도 특이하지만 흐르는 물이나 눈밭에 놓여진 하얀 속치마 사진들은 자연과 하나가 돼 만들어내는 ‘한국적 추상’, 즉 단색화의 정조를 띤다.

“이번 전시는 ‘환갑전’인 셈입니다. 아이들 다 키워놓고 사진 다시 시작할 때 환갑에는 꼭 개인전을 갖겠다고 다짐했는데, 비록 늦었지만 이렇게 성사됐습니다. 20대에 가졌던 꿈을 늦게라도 이룬 것이지요. 저를 도와준 모든 분들에게 감사합니다.”

글·사진=이경택 기자 ktle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