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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下) 아베 정권 ‘기업 氣살리기’

사회보장 등 재정소요 증가세
담뱃세 등 소액으로 분산시켜

자민·공명당 “법인세 증감 0”
임금인상·투자 적극적 기업은
법인세 실효세율 낮춰주기도

지난 13일 일본 도쿄(東京)역 인근의 마루노우치(丸の內) 지역. 서울 광화문 일대를 연상케 하는 일본의 최대 업무 지대인 이곳에는 일본 각 기업의 도쿄 본사 등 기업 활동의 핵심 오피스들이 위치해 있다. 아베 신조(安倍晉三) 일본 정권의 경제 활성화, 폭증하고 있는 방일 관광객 등으로 회복기를 넘어 호황을 향해 가고 있는 일본 경제의 생동감 넘치는 요즘 모습이 도쿄역과 마루노우치 지역에 그 어느 때보다 붐비고 있는 인파에 그대로 투영됐다.

지난 2012년 12월 재집권에 성공한 아베 총리는 ‘아베노믹스’(아베 정권의 경제 정책)의 기치 아래 경제 부흥에 심혈을 기울여 왔다. 이 같은 정책 중 시간이 갈수록 더욱 두드러지는 것이 ‘기업의 기(氣) 살리기’다. 초고령화 사회에 진입한 일본에서 사회보장을 위한 정부 재정이 나날이 증가하고 있고 아베 정권도 적극적 재정 정책을 경제 활성화의 한 축으로 활용하고 있지만, 아베 정권은 늘어난 재정 부담에도 불구하고 기업에 대한 세금 부담은 오히려 낮추면서 세수 부담을 고소득자 및 폭증하고 있는 방일 관광객 등에 소액으로 분산시키고 있다.

15일 일본 언론에 따르면 내년도 세제 개정 내용을 사실상 확정하는 전날의 집권 자민당과 연정 파트너 공명당의 2018년 여당 세제 개정 대강 결정에 이 같은 아베 정권의 전략이 잘 나타나 있다.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신문은 이번 세제 개정 대강에 대해 “개인을 중심으로 2800억 엔(약 2조7000억 원) 증세”라며 “법인세 증감은 제로(0)”라고 전했다.

자민당과 공명당은 내년 세수에 대해 자녀나 노부모 부양 부담이 없는 연수입 850만 엔(약 8200만 원) 이상의 고소득자, 전자 담배 등에 대한 세금 인상으로 약 2800억 엔을 늘린다는 계획이다. 여기에는 일본 세제 가운데 27년 만에 새로 창설된 세금인 삼림환경세(2024년부터 1년에 국민 1인당 1000엔), 공항출국세(2019년부터 1인 1회 출국당 1000엔) 등도 포함됐다.

우선 고소득자에 대한 소득세 인상으로 일본 정부는 900억 엔의 세수 증가를 전망하고 있다. 또 일련의 담뱃세 개정으로 인한 세수 증가는 2400억 엔으로 예상하고 있다. 또 폭증하고 있는 방일 관광객 등으로부터 걷히는 출국세도 400억 엔의 세수 증가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그러나 기업 관련 세금을 통한 세수 증감은 이와 정반대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법인세는 기존의 세제를 개정해도 증감 세수분이 거의 같은 수준”이라고 전했다. 생산성 향상을 위해 임금인상과 설비 투자에 적극적인 기업은 오히려 세금 부담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대기업의 경우 3% 이상 임금 인상 등의 조건을 충족하면 2018년 29.74%로 예정된 법인세 최고 실효세율이 최대 20%로 줄어든다. 자금 사정 등이 열악한 중소기업의 경우 감세를 위한 임금 인상률 조건이 대기업의 절반인 1.5% 임금 인상으로 완화됐으며 설비 투자 확대 등의 조건은 아예 포함되지도 않았다.

이런 세제 개정을 통해 증감되는 세수를 전체적으로 보면 고소득자 소득세 및 담뱃세 인상 등으로 3700억 엔의 세수가 늘고, 중소기업의 사업승계 관련 세금 감면 등으로 900억 엔의 세수가 줄어드는 것을 합산해 2800억 엔의 세수 증가가 예상된다. 세수 증가 부담이 기업보다는 개인에게 분산 전가됐다는 지적도 일지만,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이번 세제 개정에 대한 전문가들의 평가에서 임금 인상이나 설비 투자에 나서는 기업에 대한 법인세 부담 감경 조치는 ‘경제의 호순환을 강화한다’는 목소리가 많았다”고 전했다.

미쓰비시(三菱)종합연구소의 다케다 요코(武田洋子)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임금 인상과 사물인터넷(IoT) 등 혁신적 투자에 나서는 기업에 법인세 실효세율을 실질적으로 인하하는 감세는 바람직한 정책”이라며 “최근 경제 성장은 수출 주도였지만, 내수 주도의 자율적 성장으로 전환해 호순환 구조를 강화하지 않으면 경기회복의 지속력은 높아지지 않는다”고 평가했다. 또 모리노부 시게키(森信茂樹) 주오(中央)대 대학원 교수는 “고소득 회사원에 대한 (세수) 부담을 요구하는 소득세 개혁은, 아베 정권이 지금까지 피해 왔던 부담론에 돌입한 것”이라며 “소득 재분배로 나아가는 첫걸음이라고 평가한다”고 말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도 “2018년 세제 개정의 주축 중 하나는 기업에 대한 감세”라며 “임금 인상이나 정부가 추진하는 생산성 혁명·인재육성 혁명이 기업에서도 추진되도록 하기 위한 인센티브를 핵심 내용으로 설치했다”고 평가했다.

도쿄=박준희 기자 vinkey@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