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北태도 변화가 선행조건
비핵화가 목표라는 점 명확

北, 협상력 높인 다음 나설 듯
核보유국 인정받는 것이 목적

북한과 미국 모두 대화의 필요성을 언급하고는 있지만 양측이 의미하는 대화의 시작점은 물론 목표점이 극과 극이어서 실제 대화가 시작되고 결과물이 나올지는 미지수다. 북한은 핵 보유를 인정받은 뒤 대화에 나서려 하고, 미국은 북한의 핵 포기를 목표로 한 대화를 원해 당분간은 평행선을 달릴 가능성이 높다.

렉스 틸러슨 미 국무장관의 ‘조건없는 만남’ 제의에 대해 백악관은 13일(현지시간) “북한이 도발을 중단하고 비핵화를 위한 진정성 있는 행동을 보여야 대화할 수 있다”는 기존 입장을 유지했다. 틸러슨 장관의 파격 제안에 전적으로 동의하는 뉘앙스는 아니지만 북·미 간 직접 대화 필요성 자체를 부정하지는 않은 것으로 풀이된다.

북한은 14일 오전까지 이에 대해 이렇다 할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다만 북한도 최근 러시아를 통해 미국에 대해 직접 대화를 요구하고 있다.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교장관은 지난 7일 오스트리아 빈에서 열린 유럽안보협력기구(OSCE) 회원국 외교장관 회의를 계기로 가진 틸러슨 장관과의 양자회담에서 북한의 대화 의사를 전달한 바 있다.

문제는 양국이 말하는 대화의 시작점과 목표점이 극명하게 갈린다는 사실이다. 북한은 핵 무력 완성을 인정받은 상태로 미국과 마주 앉아 협상력을 최대로 끌어올리길 원하고 있다. 이에 따라 추가적인 도발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또한 핵은 미국과의 협상 대상이 아님을 명확히 하고 있다. 지난달 29일 ‘화성-15형’ 발사 이후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이 핵 무력 완성을 강조하기 시작한 것도 이러한 분위기를 반영하고 있다.

반면 미국은 대화를 위해서는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 중단이 선행돼야 하며 한반도 비핵화가 대화의 목표임을 분명히 정해놓은 상태다. 헤더 나워트 국무부 대변인은 13일(현지시간) 정례 브리핑을 통해 “누군가 탄도미사일을 발사하고 진전된 핵실험을 한다면 이는 자리에 앉아 대화하는 것에 흥미나 진지함을 전혀 보이지 않는 것과 같다”고 지적했다. 틸러슨 장관 역시 전날 ‘조건없는 만남’을 언급하면서도 “대화 도중 시험이나 추가 도발을 한다면 대화는 어려워질 것”이라며 “대화하려면 일정 기간 휴지기가 있어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나워트 대변인은 또 북한의 비핵화 의지가 선행돼야 한다고 강조해 북·미 대화의 목적은 북핵 폐기에 있음을 분명히 했다.

김유진 기자 klu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