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최재천 교수, 새 책 출간

통섭의 생태학자 최재천 이화여대 에코과학부 석좌교수가 경영철학을 담은 ‘숲에서 경영을 가꾸다’(메디치)를 내놨다.

자연과 생명을 말하는 생태학자와 효율과 성공을 추구하는 경영철학은 어울리지 않지만, 그는 자신의 경험을 나누기 위해 책을 썼다고 했다. 그의 경험이란 2013년 10월부터 3년 2개월 동안 국립생태원장으로 근무하면서 겪은 경영의 경험이다. 그는 국립생태원장에 취임해 매년 목표 관람객 수를 300% 초과하는 100만 명을 불러 모았다. 하지만 국립생태원장으로서의 3년 2개월은 그때까지 그의 삶의 궤적과는 꽤 다른 삶이었다.

최 교수는 평생 저녁 시간은 반드시 집에서 가족과 함께 보내는 걸 원칙으로 살아왔고, 대학교수 생활을 하면서 제대로 된 보직은 한 번도 맡아본 적이 없었다고 했다. 하지만 난생처음 해본 기관의 우두머리는 빠져나갈 수 없었다.

13일 서울 시내 한 식당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그는 국립생태원장으로 일하며 회식을 안 한 날은 손으로 꼽아야 할 정도였고, 조직을 위해서는 기꺼이 적극적이고 자발적으로 ‘을질’을 했다고 했다. 하지만 그런 ‘현실’이 그의 철학이 바꾸진 못했다.

그가 밝힌 경영 10계명은 다음과 같다. 하나, 군림(君臨)하지 않고 군림(群臨)하라. 둘, 가치와 목표는 철저히 공유하되 게임은 자유롭게. 셋, 소통은 삶의 업보다. 넷, 이를 악물고 듣는다. 다섯, 전체와 부분을 모두 살핀다. 여섯, 결정은 신중하게 행동은 신속하게. 일곱, 조직을 위해서라면 기꺼이 치사하게. 여덟, 누가 뭐래도 개인의 행복이 먼저다. 아홉, 실수한 직원을 꾸짖지 않는다. 열, 인사는 과학이다. 이 10계명의 중심 틀을 찾자면 공감의 경영, 협력의 경영이다.

그는 “조직이 망하는 가장 큰 이유는 리더의 사리사욕과 아집 때문”이라며 “사심 없이 모든 문제를 함께 일하는 동료들과 상의하며 추진하면 망하기 힘들 다”고 말했다. “리더가 자신이 조직의 누구보다도 훨씬 탁월하다고 믿기 시작하면 위험하고 자기 두뇌 하나가 많은 다른 두뇌의 집단 지능을 능가할 것이라고 생각하기 시작하면 멸망의 길로 접어든다. 하나의 두뇌보다 여러 두뇌가 궁극에는 반드시 더 훌륭하다”는 그는 그래서 경영(經營)이 아니라 공영(共塋)이라고 했다.

최현미 기자 ch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