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1일 경기 용인시 기흥구 마북로 현대·기아자동차 환경기술연구소 연료전지내구시험실에서 연구원들이 차세대 수소전기차에 탑재되는 연료전지를 테스트하고 있다. 현대자동차 제공

- ④ 현대자동차 그룹

환경기술연구소의 전용 시험실
내년 1분기 출시 막바지 테스트
9개월간 30만㎞ 주행 ‘이상무’

1회 충전으로 590㎞ 주행 가능
출력 20% 향상…최고 163마력
토요타·혼다 등 훌쩍 뛰어넘어

1일 오후 찾은 경기 용인시 기흥구 마북로 ‘현대·기아자동차 환경기술연구소’ 1층 실차환경시험실(체임버). 시험실 내부에는 내년 1분기(1∼3월) 출시를 앞둔 현대차의 차세대 수소전기차(수소연료전지차·FCEV) 한 대가 매끈한 은회색 자태를 뽐내며 다이나모미터(차량을 롤러 위에 올려 실도로를 달리는 것처럼 시험하는 장비) 위에서 한창 연비 테스트 중이었다. 극한 기후 등 외부 환경 변화에도 차 성능에 문제가 없는지 확인하기 위해 만들어진 이 시험실은 언뜻 여느 시험실과 다를 바 없어 보이지만 현대차가 수소전기차 개발을 위해 많은 예산을 들여 완공한 전용 시험실이다. 혹시 모를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전기 코일 대신 액체 냉매를 가열하는 간접 승온 방식으로 실내 온도를 조절하고 시험실 내 부품들은 빠짐없이 방폭(폭발 방지) 기능을 갖췄다.

연비 테스트 방식도 일반 내연기관차와 달랐다. 통상적으로 내연기관차의 연비 평가는 차가 달리며 내뿜는 배기가스를 측정해 계산하는 방식으로 이뤄지는데 수소전기차는 배기가스가 전혀 없고 소량의 물만 배출하기 때문이다. 부조정실에서 측정치들을 살피던 박효진 연구원은 “수소전기차는 연료전지에서 수소·산소를 전기화학반응시켜 전기와 물만 만들어내기 때문에 배기가스 대신 소모된 연료량을 직접 측정해 연비를 계산하는 방식을 사용한다”며 “국내에서는 수소 1㎏으로 몇㎞를 달릴 수 있느냐로 측정한다”고 말했다.

같은 시간 연구소 4층 연료전지내구시험실에서는 시험실 곳곳에 오렌지색, 파란색 등 형형색색의 케이블과 각종 측정 센서를 주렁주렁 매단 연료전지들이 내구도 테스트를 받고 있었다. 현재 수소전기차에 장착되는 연료전지 시스템의 내구도 목표는 10년, 16만㎞지만 시험실 가운데 놓인 시험용 연료전지는 최고 엔진회전수(rpm)를 계속 유지하는 가혹한 테스트 환경에도 30만㎞ 넘는 주행거리를 기록 중이었다.

이종현 책임연구원은 “짧은 기한 내에 내구도를 측정하기 위해 도심 주행 조건, 고속도로 주행 조건 등을 결합한 프로그램에 따라 계속 연료전지를 가동하며 이상 여부를 확인하고 있다”며 “8∼9개월가량 돌린 결과 많게는 30만㎞ 이상의 주행거리를 기록 중이지만 아직 별문제가 없다”고 강조했다.

1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2013년 세계 최초로 수소전기차 양산체제를 구축하고 투싼 수소전기차를 출시한 현대차그룹은 내년 초 차세대 수소전기차 출시를 통해 본격적인 수소전기차 대중화를 앞당기고 미래 친환경차 시장을 주도하겠다는 전략이다. 이를 위해 현대차그룹은 수소전기차를 비롯해 전기차(EV), 하이브리드차(HEV), 플러그인하이브리드차(PHEV) 등 현존하는 4가지 타입의 친환경차를 모두 개발해 2025년까지 총 38종의 친환경차를 출시하는 내용의 친환경차 로드맵을 발표했다.

본격 출시에 앞서 지난 8월 공개된 차세대 수소전기차는 핵심인 수소연료전지시스템의 효율성, 성능, 내구성, 저장성 등에서 모두 기존 투싼 수소전기차는 물론 토요타 미라이, 혼다 클래리티 등에 앞선 기술을 자랑한다. 연료전지 시스템 효율은 세계 최초로 60%를 달성해 이를 바탕으로 1회 충전 주행가능거리가 590㎞에 이른다. 차량 출력 역시 기존 대비 약 20% 향상된 최고출력 163마력을 달성해 동급 내연기관차와 같은 수준의 동력 성능을 확보했다. 이 밖에 수소전기차 상용화의 기술적 난제인 영하 30도 극저온에서의 시동도 개선했고 10년 16만㎞ 수준의 내구도도 달성했다.

경쟁업체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었던 전기차 라인업도 대폭 확충한다. 당장 내년에만 1회 충전 주행거리 380㎞ 이상인 코나 전기차를 비롯해 니로 전기차, 쏘울 전기차 부분변경(페이스리프트) 모델 등 3종의 전기차가 출시되는 등 2018년 이후 매년 1종 이상의 전기차를 출시해 2025년까지 14종의 전기차를 선보인다는 계획이다. 향후 1회 충전 주행거리 500㎞ 이상의 전기차, 3분대 충전으로 100㎞ 주행이 가능한 800V 충전 시스템 기술 등도 선보일 예정이다. 이를 통해 현대차그룹은 2025년 전기차 판매 세계 3위, 전체 친환경차 판매 세계 2위의 친환경차업체로 입지를 굳힌다는 계산이다.

이 밖에 독자 개발한 병렬형(TMED) 하이브리드 시스템 기술 고도화, 전기버스 및 수소전기버스 양산 등을 통해 가파르게 성장하는 미래 친환경차 시장 선점은 물론 모터·배터리 등 핵심 부품의 원천기술 확보를 통해 친환경차 밸류체인의 모든 영역에서 경쟁력을 유지해나가겠다는 전략이다. 이기상 현대차그룹 환경기술센터장(전무)은 “친환경차 시대 도래는 분명하지만 각 시장의 변화 방향이나 속도 등에 대한 불확실성이 존재하는 만큼 현대차그룹은 모든 유형의 친환경차 기술을 개발·발전시켜 시장 구조 및 소비자 특성에 따른 최적의 친환경차로 경쟁해 가겠다”고 말했다.

용인=김남석 기자 namdol@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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