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내 일자리는 어디에… 청년실업률이 갈수록 높아지는 가운데 13일 오전 서울 광진구의 한 대학 취업카페에서 한 학생이 취업 정보판을 살펴보고 있다. 김호웅 기자 diverkim@

법인세·최저임금 인상 등
고용 역행하는 정책 잇따라

일부 업종外 늘릴 여력 없어
대부분 올해 수준 유지 방침

“노동생산·효율성 외면하며
일자리만 창출하라고 독려”

주요 대기업들이 경영 환경을 둘러싼 대내·외 여건이 악화되면서 내년 채용 규모를 보수적으로 잡고 있어 고용시장에 한파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일자리 확대의 기치를 올린 정부가 재계에 직·간접적인 압박을 가하고 있지만 정작 일자리 창출의 주체인 대기업들은 정부 기조와 상충되는 노동정책과 시장 환경 탓에 채용 규모를 크게 늘리기 어려운 실정이다. 법인세와 최저임금 인상, 근로시간 단축 등으로 비용 구조의 불확실성이 높아졌고, 반도체를 제외한 대부분 업종이 부진한 탓에 기업들은 내년 채용도 확정하지 못한 채 전전긍긍하고 있다.

13일 재계에 따르면 신년 경영계획을 마무리한 주요 기업들은 채용 규모를 예년 수준으로 유지하겠다는 것이 기본 입장이지만, 채용 증가 여부에 대해선 신중하게 접근하고 있다.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등 호황을 누리는 일부 업종 외엔 일자리를 늘릴 만한 여건이 좋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사상 최대 실적을 올린 삼성전자도 올해 인력 수요가 많은 반도체사업부를 중심으로 대거 채용해 내년 채용 규모는 막상 크지 않을 것으로 알려졌다. SK그룹은 매년 8000명 정도 뽑았는데 대내·외 여건을 고려해 내년 초 확정한다는 방침이다. 한화그룹도 내년 채용을 크게 늘릴만한 요인이 없어 올해 6700명 수준을 유지할 계획이다. KT 그룹은 올해 전년 대비 10% 늘어난 1만1000명가량을 뽑았는데 내년 채용 규모는 3월 이후에 정해질 것으로 보인다. 올해 5000명가량을 신규채용한 CJ그룹도 내년 계획은 확정하지 못했다.

업종별로 온도차도 크다. 현대차그룹은 매년 1만 명 정도 규모로 뽑았으나 올해 사내하도급 정규직 전환이 완료돼 내년에는 채용규모가 전년과 같은 수준으로 유지될지 여부를 장담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 등 수주 절벽에 내몰린 조선업체들은 신규 채용에 난색을 표하고 있다.

다만 최근 사회기여도 측면을 강화한 롯데그룹은 채용 계획을 빠르게 내놓았다. 내년에는 올해보다 소폭 증가한 1만3600명을 채용하는 등 향후 5년간 7만 명을 뽑을 계획이다. 올해 1만5000명을 뽑은 신세계도 채용 규모를 소폭 늘린다는 방침이다.

기업들 속내는 불편하다. 기업의 투자가 확대되고 시장 파이가 커져야 좋은 일자리도 늘어나는데 노동 정책의 방향성은 기업들을 옭아매고 비용만 늘어나는 쪽으로 맞춰져 있기 때문이다. 또 정부가 친노동 정책을 쏟아내면서도 노동 생산성·효율성을 높이는 정책을 보완해주지 않아 민간 부문에서 일자리 창출을 유인할 만한 정책적 대안도 없다는 지적이다.

재계 관계자는 “일자리 창출이란 정부의 총론에는 동의하지만 이를 실행할 각론을 살펴보면 기업을 압박하는 정책만 쏟아졌다”며 “채용에는 투자가 수반돼야 하는데 정부 노동정책이 고용창출에 역행하는 방향으로 펼쳐져 기업의 투자와 고용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정부 부처도 고용시장에 대해 부정적으로 보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대기업 일자리는 총 367만8000개로 전년 371만9000개보다 4만1000개 감소했다. 조선과 기계, 해운 등을 중심으로 구조조정이 이뤄지고 있는 만큼 대기업 일자리 감소세는 앞으로도 두드러질 수밖에 없어 고용 한파 체감도는 더 커질 것이라는 우려다.

유현진·이민종·김남석·권도경 기자 kw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