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6·25 납북피해자대책위원회 회원들이 11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납북피해자보상지원법 제정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김동훈 기자 dhk@

피해자대책위 기자회견

“연좌제 등 큰 고통 불구
개별적 보상대책은 없어”

김명기(75) ‘6·25전쟁납북피해결정자위원회’ 회장은 6·25전쟁이 발발한 1950년 큰형 김명수(89) 씨가 북한으로 끌려가는 아픔을 겪었다. 경북 울진군 원남면(현 매화면) 길곡리에 살던 9남매 집에 마을 인민위원장이 찾아온 건 그해 8월쯤이었다. 북한에서 선출한 인민위원장은 김 회장의 아버지에게 “큰아들을 이북에 보내지 않으면 식구들을 전부 죽이겠다”고 협박했다. 김 회장의 형은 인민위원장을 피해 숨어다녔지만, 결국 누군가의 밀고로 들통나 북한에 강제로 끌려갔다. 이후 가족들은 명수 씨의 생사조차 파악할 수 없었다.

가족 중 한 사람이 북한에 끌려갔다는 슬픔도 컸지만, 김 회장 가족들은 이후로 수십 년 동안 국내에서 ‘연좌제’라는 고통 속에 살아가야 했다. 김 회장은 11일 “강제로 납북 당한 건데도 ‘월북’으로 몰려 1990년대 초쯤까지는 가족들이 해외에도 못 나가고, 공무원도 될 수 없었다”고 밝혔다. 김 회장은 “청와대 앞에서 1인 시위를 할 생각도 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 회장 같은 전쟁 납북 피해자들을 돕기 위해 시민단체들이 뭉쳤다. 선민네트워크·공정사회실천연대 등 27개 시민단체 연합체인 ‘6·25납북피해자대책위원회’는 이날 오전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6·25 납북피해자 보상지원법을 즉각 제정하라”고 촉구했다. 이들은 “6·25전쟁 후 최대 10만 명 이상이 납북된 것으로 추정되는데, 실제 납북자 인정 신청을 한 가족들은 5000여 명으로 전체 5%에 불과하다”며 “기존 ‘6·25전쟁납북피해진상규명 및 남북피해자명예회복에 관한 법률’에 피해 가족에 대한 보상 조항은 없고, 명예회복·기념관 조성사업 등만 담겨 납북자 인정 신청을 할 필요조차 없다고 느낀 사람이 많았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대책위는 특히 “6·25전쟁 이후에 납북된 어부들을 중심으로 한 납북자 가족에게는 2015년 특별법을 제정해 수천만 원의 보상을 받을 수 있도록 했지만, 정작 6·25전쟁 납북자에 대해서는 단돈 1원도 개별보상을 하지 않겠다는 것은 형평성에 어긋나는 국민차별”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은 유엔에 대해서도 “납북피해자와 유가족 인권보호에 앞장서라”고 촉구했다.

김현아 기자 kimhaha@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