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한 달 전엔… 문재인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 11월 11일 아태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중 베트남 다낭 크라운플라자호텔에서 열린 한·중 정상회담에서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韓·中 정상회담 사흘 앞두고
끝내 ‘사드 이견’ 조율 못해

靑 “韓이 요청하는 구조 아니라
中이 필요에 따라 의사표시 중”

한국과 중국은 문재인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의 세 번째 정상회담을 앞두고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문제 등 현안 사전 조율에 실패해 공동성명조차 내놓지 못하는 상황에 직면했다. 이로 인해 문 대통령의 첫 중국 방문이자 국빈방문인 이번 자리에서 이뤄지는 한·중 정상회담이 ‘빈껍데기’로 끝날 우려가 출국 전부터 나오고 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11일 문 대통령의 방중 일정 브리핑에서 “(이번 한·중 정상회담에서) 공동성명은 없을 것”이라며 “양국이 (사드 문제 등) 현안에 대해 서로 결합된 입장을 내놓을 상황이 아니어서 이번에 공동성명을 내지 않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번 국빈방문이 어려운 상황과 여건 속에서 성사됐고 현안에 대해 중국 측이 우리와 다른 입장을 표시하는 상황에서 공동성명을 낸다면 다른 부분이 나타나는 어려움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특히 “10·31 사드 합의 이후 우리가 중국에 어떤 요청을 하는 구조가 아니라 중국이 자신들의 필요에 따라 의사표시를 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시 주석이 사드와 관련한 언급을 할지, 안 할지 모르겠지만 여러 가지 가능성 때문에 공동성명을 하지 않는 것으로 했다”고 말했다. 청와대가 줄곧 사드 문제로 인한 갈등은 “10·31 ‘사드 합의’ 이후 봉인됐다”고 했지만, 한·중 관계가 정상 국면에 오르지 않은 ‘미봉’의 상황임을 사실상 시인한 것이다. 한·중 양국은 결국 공동기자회견도 없이 각국이 서로의 입장을 낭독하는 공동언론발표문으로 회담 결과를 발표하기로 합의했다.

양국은 사드와 관련된 대화 방식을 두고 평행선을 달리면서 실무적 회담도 제대로 진행하지 못한 것으로 확인됐다. 중국은 실무 대화를 통해 사드 문제를 집중적으로 논의하자는 입장인 반면 우리 정부는 사드 논의 집중 시 부담을 우려해 고위급 전략 대화 카드를 내놓은 것이다. 지난달 22일 베이징(北京)에서 열린 한·중 외교장관 회담 당시 중국 측에서 사드 관련 조속한 군사 대화를 강경화 외교부 장관을 통해 우리 측에 요청했으나 우리 외교부와 국방부는 중국 측 입장 전달 여부를 놓고 내부적으로도 혼선을 빚은 바 있다.

문제는 우리 내부 혼란과 양국 간 이견으로 한·중 정상회담을 앞두고 양국 간 사드를 둘러싼 실무 대화 자체가 성사되지 못하면서 이번 정상회담에서도 봉인은커녕 더욱 사드가 강도 높게 제기될 수 있는 ‘폭탄’을 안게 됐다는 점이다. 이견 조율에 대한 충분한 협의 없이 한·중 관계 정상화를 서두르느라 정상회담에서 양측의 의견 차이가 폭발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실제 중국 공산당 기관지 런민르바오(人民日報)는 지난 9일 “양국 관계의 미래는 한국이 사드 관련 3No(미국 미사일방어체계(MD) 불참, 사드 추가 도입 불가, 한·미·일 군사동맹 발전 차단) 약속을 잘 지키고 이행하느냐에 달려 있다”며 한·중 정상회담을 목전에 두고 사실상 선전포고를 날렸다. 반면, 문 대통령은 앞선 시 주석과의 정상회담에서도 사드 보복에 대한 재발 방지에 대해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

유민환·김유진 기자 yoogiza@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