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安得萬里裘 蓋裹週四垠(안득만리구 개과주사은)

어찌하면 만 리의 겨울옷을 구하여 사방 끝까지 두루 덮을 수 있을까

당나라 시인 백거이(白居易)의 ‘신제포구(新製布裘)’에 나오는 구절이다. 어느 추운 겨울에 시인은 새로 만든 명품 겨울옷을 입는다. 온몸이 봄날같이 따스하여 아침부터 저녁까지 걸치고 있다가 밤에는 이불 대신 덮기도 한다. 그러다 한밤중에 시인은 문득 부끄러움을 느낀다. 대장부라면 천하 구제를 귀히 여겨야지 어찌 이 한 몸만 편케 할 것인가? 그러고는 상상의 나래를 펼친다. 좋은 겨울옷을 아주 크게 만들어 온 세상을 두루 덮을 수는 없을까? 내가 느끼는 이 따스함을 모든 이에게 나누어 천하에 추위에 떠는 사람이 없게 만들 수는 없을까?

백거이는 큰 정치적인 포부를 지닌 사대부로서 백성들의 고통을 노래하는 시를 많이 지었다. 숯을 팔아 생계를 유지하는 노인을 그린 ‘매탄옹(賣炭翁)’에서 숯 파는 노인이 홑옷을 입고 추위에 벌벌 떨면서도 숯값 떨어질까 걱정하며 도리어 날씨가 추워지기를 바라는 장면은 코끝을 찡하게 만든다. ‘신제포구’는 따스한 겨울옷을 빌려 어진 정치를 꿈꾸는 사대부의 이상을 잘 표현한 시다. 낙양의 관료로 재직할 때 지은 다른 시에서도 “어찌하면 만장 길이의 겨울옷을 구해 그대와 더불어 낙양성을 두루 덮을 수 있을까?”라는 비슷한 구절이 있다.

세월이 좋아지기는 했지만, 예나 지금이나 겨울은 서민들에게, 특히 가난한 노인들에게 힘든 계절이다. 나도 한창 젊을 때는 명상 수련을 위해 영하 15도를 오르내리는 차가운 방에서 한겨울을 나기도 했지만, 지금은 조금만 추워도 보일러에 손이 간다. 백거이처럼 온 천하를 덮을 수 있는 만 리의 겨울옷을 꿈꾸지는 못해도 추위에 떠는 사람을 위해 내 능력 안에서 자그마한 온기라도 나누려는 마음을 내야겠다.

상명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