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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G-63

- 스노보드 하프파이프 ‘金 0순위’ 천재보더 클로이 김

월드컵 1차 가볍게 결선 진출
압도적 경기력 타의추종 불허

높은 점프력·유연성 최대강점
女선수 첫 ‘백투백 1080’ 성공

4세때 입문… 美대표로 출전
“부모님 나라서 경쟁 멋진 일”

‘천재 소녀’의 비행이 시작됐다.

재미교포 클로이 김(17·사진)은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인정한 2018 평창동계올림픽 스노보드 하프파이프 금메달 후보 0순위다. 국제스키연맹(FIS) 월드컵에 7차례 출전해 통산 4승을 챙겼다. 지난 시즌 세계랭킹 1위도 클로이 김의 몫이었다. IOC는 지난 1일 공식홈페이지를 통해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겠다는 클로이 김의 꿈이 평창에서 실현될 것”이라며 집중 조명했다.

올 시즌 시작도 순조롭다. 클로이 김은 8일 오전(한국시간) 미국 콜로라도주 쿠퍼마운틴 리조트에서 열린 스노보드 하프파이프 월드컵 1차 대회 예선에서 89.00점으로 출전자 37명 중 2위에 올라 상위 8명이 겨루는 결선에 진출했다. 1위 매디 마스트로(17·미국·91.33점)와는 2.33점 차. 예선은 2개 조로 나뉘어 2차 시기에 걸쳐 진행됐다. 1조에 속한 클로이 김은 1차 시기에서 89.00점으로 일찌감치 결선행을 확정했다. 출전자 중 80.00점을 넘긴 건 5명뿐이었다. 클로이 김은 올 시즌 첫 월드컵 예선에서 자신의 주무기를 숨긴 채 가볍게 몸을 풀었지만 압도적인 경기력을 뽐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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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노보드 하프파이프는 기울어진 반원통형 슬로프를 내려오면서 점프와 회전 등 공중 연기를 펼치는 종목이다. 6명의 심판이 높이, 회전, 난도 등을 고려해 점수를 부여하며 최고와 최저 점수를 뺀 4명의 평균으로 순위를 가린다. 클로이 김은 타고난 테크니션. 지난해 2월 US 그랑프리에서 여자 선수로는 최초로 ‘백투백(back-to-back) 1080’ 기술을 성공시키며 100점 만점을 받았다. 스노보드 하프파이프 100점 만점은 살아있는 전설 숀 화이트(31·미국)에 이어 클로이 김이 두 번째다. 백투백 1080은 한쪽 슬로프에서 공중 3회전(1080도)을 한 뒤 반대쪽 슬로프에서 3바퀴를 연속으로 도는 고난도의 점프 기술이다. 클로이 김은 “720도 회전은 너무 시시하게 느껴져 1080도 회전을 가다듬던 중이었다”며 “이를 본 친구가 ‘1080도 회전도 무난하니 백투백 기술을 시도해 보는 게 어떻겠냐’고 제안해 훈련했다”고 설명했다.

클로이 김은 또 뒤로 점프하는 스위치, 공중에서 보드를 잡는 그랩을 자유자재로 구사한다. 다른 선수들보다 다양한 기술이 가능한 이유는 높은 점프력. ESPN은 “점프는 다리를 굽혔다 펴는 순간에 유연성과 힘이 중요한데, 클로이 김은 이 둘을 모두 갖췄다”고 칭찬했다. 체공 시간이 긴 만큼 다양한 기술 구사가 가능하다는 뜻이다. 클로이 김의 긍정적인 성격도 최상위 기량을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된다는 평가다.

클로이 김은 미국 캘리포니아주에서 태어난 재미교포로 한국 팬들에게도 친숙하다. 한국 이름은 김선. 4세 때 처음 스노보드를 시작해 2년 뒤 전미스노보드연합회에서 주최한 내셔널 챔피언십에서 3위에 오르며 천재 소녀라는 별명을 얻었다. 2015년 1월엔 미국에서 열린 동계X게임 스노보드 여자 슈퍼파이프에서 우승하며 이 대회 역대 최연소 금메달리스트가 됐다. 동계X게임 스노보드·스키·스노모빌 등엔 200여 명의 정상급 선수가 출전했다. 당시 클로이 김은 켈리 클라크(34)를 제치고 금메달을 차지했다. 클라크는 2002년부터 2014년까지 4차례 동계올림픽에 참가해 금메달 1개, 동 2개를 획득한 미국의 간판스타였다.

아버지 김종진(61) 씨는 가장 열렬한 후원자. 스위스에 머물 땐 오전 4시 제네바를 출발해 기차를 두 차례 갈아타고 프랑스의 아보리아에 도착해 훈련을 지켜봤다. 미국으로 돌아온 뒤에도 차로 6시간이나 걸리는 훈련장으로 딸을 데려다준 뒤 차 안에서 새우잠을 자곤 했다.

클로이 김은 2014 소치동계올림픽엔 나이 제한으로 출전하지 못했다. 그래서 평창동계올림픽 금메달에 대한 열망은 뜨겁다. 클로이 김은 “날씨에 따라 기복이 심하다”면서 “특히 바람이 많이 부는 날에 쉽게 흔들리는 단점을 평창동계올림픽 직전까지 보완하겠다”고 약속했다. 클로이 김은 “부모님이 태어난 나라에서 경쟁한다는 건 정말 멋진 일”이라고 덧붙였다.

손우성 기자 applepi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