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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용 전남대 명예교수 경제학

한국은행이 지난달 30일 기준금리를 1.25%에서 1.50%로 올렸다. 2011년 6월 이래 6년반 만에 금리를 올린 것인데, 한국 경제의 회복이 가시화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늦었지만 금리 정상화의 시동을 걸었다는 점에서 바람직하다.

세계 주요국들이 통화 공급을 늘려 저금리 정책을 취한 것은 2008년 미국에서 발생한 글로벌 금융위기로 인한 금융 시스템의 붕괴를 막고 불황을 타개하기 위한 것이었다. 그러나 대공황과 일본의 20년 불황을 깊이 들여다봤던 벤 버냉키 당시 미국 연준 의장은 그런 정책이 불황 타개책이 될 수 없다고 판단했을 것이다. 그는 오히려 양적완화를 미국 국채 시장의 붕괴를 막고 달러의 기축통화 지위 유지를 위한 고육책으로 택했을 것이다.

이런 주장의 배경은 무얼까? 이자율은 화폐 사용에 대한 비용이 아니라 오늘의 자원과 내일의 자원 간의 중요도를 비교하는 잣대로서, 시간에 대한 비용이다. 오늘과 내일 사이에는 시간이라는 간격이 있지 않은가. 즉, 사람들은 오늘의 100만 원을 내일의 100만 원보다 선호하는데, 오늘의 100만 원을 내일의 105만 원과 같다고 평가한다면 이 사람의 ‘시간 선호’에 따른 주관적 이자율은 연 5%다.

사람들은 이 주관적 시간 선호에 따라 소득을 소비와 저축으로 배분한다. 시간 선호가 이전보다 더 미래 지향적으로 바뀌면 저축이 늘고 이자율이 떨어지면서 투자 자금이 증가한다. 저축은 이를 바탕으로 자본재를 획득하는 기업가들의 투자 자금이 돼 경제의 생산 능력 확대에 쓰인다. 중요한 사실은, 저축과 이자율은 어느 하나가 다른 하나를 결정하는 2개의 현상이 아니라, 시간 선호에 따라 동시에 결정되는 하나의 현상이라는 점이다.

이제 중앙은행이 장기간 통화 공급을 늘려 시장 금리를 낮추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장기간의 금리 인하는 기업가들로 하여금 저축이 증가해 투자 자금이 증가했다는 착각을 일으키게 한다. 물론 통화 공급의 증가로 투자 자금이 증가한 것은 사실이지만, 이는 저축으로 뒷받침된 게 아니다. 사람들은 저축으로 1t의 목재를 마련했는데, 통화 공급 증가로 2t의 목재가 있는 것으로 착각한 기업가는 2t의 목재가 들어가는 집을 짓다가 1t의 목재를 다 쓰고 나면 집짓기를 중단할 수밖에 없다. 사람들은 1t의 나무 집을 원했는데 기업가는 사람들이 2t의 나무 집을 원한다고 착각한 것이다. 이와 같은 잘못된 투자로 경제의 소비 구조와 생산 구조가 뒤틀리면서 경제는 불황으로 접어든다.

불황에서 빠져나오려면 통화 공급 확대를 중단하고 시장의 구조조정에 의해 잘못된 투자가 정리돼 소비 구조와 생산 구조가 다시 맞춰지도록 해야 한다. 불황은 그런 기간이다. 그러나 구조조정 과정에서 경제가 단기적으로 어려워지는 것을 두려워해 다시 통화 공급을 늘리면 구조조정이 지연돼 경기 회복을 더디게 한다.

금리 인상으로 현재 약 1400조 원에 이르는 가계부채의 이자 부담 및 한계 기업들의 어려움과 일시적인 실업 증가 등을 우려할 수 있으나, 이 역시 저금리 정책에 의해 더욱 악화했거나 양적완화가 아닌 구조조정에 의해 진작 해결됐어야 하는 문제들이다. 따라서 이제라도 금리 정상화를 위해 그 인상을 주저할 이유가 없다. 우려되는 주요국과의 금리 역전에 따른 자본 유출의 문제도 완화할 수 있다.

장기간의 저금리 정책은 경제를 녹여 버리고 커다란 후유증을 낳는다. 이번 금리 인상을 계기로 이자율의 의미와 그 기능에 대한 사려 깊은 성찰이 요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