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용 예외 조항 등 거센 반발
대학도 “정부 지원 없다” 반대
교육부 위주 협의체 난항 예상

정부가 대학과 강사들의 반대로 시행이 유예된 일명 ‘강사법’(고등교육법 개정안)에 대한 폐기 방침을 정했다. 대신 강사 신분보장과 처우향상 추진을 위한 협의체를 구성하기로 했지만, 강사들이 교육부 위주의 협의체 운영을 우려하고 있어 난항이 예상된다.

김상곤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30일 브리핑에서 “이해관계자 다수가 시행에 반대하고 있는 강사법 폐기를 위해 국회 등과 긴밀히 협의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강사법은 대학 시간강사들의 법적 지위와 처우를 개선하기 위해 마련됐지만, 당사자인 강사는 물론 대학의 반대로 법 시행이 3차례에 걸쳐 5년이나 연기된 교육계의 해묵은 숙제다.

강사법은 2011년 12월 국회를 통과해 2013년 1월 시행할 예정이었으나 강사 등의 반대로 유예됐다. 정부가 올해 1월 개정안을 내놓았지만 역시 반대에 부딪혔다.

문제가 된 개정안은 △강사에게 ‘교원’ 법적 지위 부여 △1년 이상 임용 계약 체결 △불체포특권·소청심사청구권 보장 등의 내용은 원안과 같다. 방송대학 출석강사나 계절학기 강사 등은 1년 미만으로만 계약할 수 있도록 예외 조항을 뒀고, 임용 기간이 끝나면 당연퇴직하는 것은 원안과 다르다. 강사가 학생 지도·학문 연구 등을 할 수 있다는 조항도 빠졌다.

개정안 발표 직후 한국비정규교수노동조합 등 강사들은 “원래 법안보다 되레 후퇴했다”며 “1년 미만 임용 예외 조항을 통해 계절학기 등 단기 강사들이 양산될 것”이라며 거세게 반발했다. 대학도 시간강사의 법적 지위가 인정될 경우 강사료뿐만 아니라 퇴직금, 보험료 등 각종 비용이 늘어나는데 정부 지원이 없다는 이유로 개정안 시행에 반대했다.

교육부는 이 같은 상황을 반영해 폐기를 결정했다.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는 12월 1일 전체회의에서 강사법 폐기에 대한 논의를 진행할 예정이다.

최은옥 교육부 대학정책관은 “국회 논의 과정에서 기존에 유예된 강사법과 교육부가 1월에 제출한 개정안을 폐기하는 것으로 해서 문구를 정리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교육부는 강사법 폐기 이후에 대학과 강사단체가 참여한 협의체를 구성한다는 방침이지만 강사들의 불신이 높아 이조차도 쉽지 않을 전망이다. 최 정책관은 “현장과 교원 단체들의 의견을 충분히 담을 수 있는 협의체가 필요하다”며 “국회와도 협의체 구성을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유진 기자 yooji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