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정세균(왼쪽 세 번째) 국회의장과 더불어민주당 우원식(〃 두 번째), 자유한국당 정우택(오른쪽), 국민의당 김동철(왼쪽) 원내대표가 27일 오전 국회의장실에서 정례회동을 열고 2018년도 예산안의 법정 시한 내 처리를 다짐하고 있다. 김동훈 기자 dhk@

심사와 ‘2+2+2 회동’ 동시에
퍼주기 공방에 SOC 등 삭감
결렬땐 ‘準예산 사태’ 가능성

정치권이 2018년도 정부 예산안 처리에 좀처럼 속도를 내지 못하면서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심사와 더불어 원내지도부 협의 테이블 가동이라는 ‘투트랙 전략’에 본격 착수했다. 하지만 여야 간 입장 차가 커 예산안 부결에 따른 사상 초유의 준예산 사태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정치적 담판에 의한 졸속 심의 우려 = 예산안 법정 처리 시한(12월 2일)이 임박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야가 공무원 증원,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지원 예산 등에서 좀처럼 접점을 찾지 못하면서 내년도 예산안이 합리적 조정이 아닌 정치적 담판에 좌우되는 ‘졸속 심사’에 그칠 수 있다는 우려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여야 3당은 27일 오후 각 당 정책위의장과 원내수석부대표가 참석하는 ‘2+2+2 회동’을 처음으로 열고 본격적인 예산안 협상에 들어간다. 정치권이 예결위 심사와 더불어 원내지도부 협상 테이블까지 가동한 배경은 문재인 정부의 핵심 추진 사업 예산과 관련해 여야 간 입장 차가 좀처럼 접점을 찾지 못하면서 예산안 처리가 법정 시한을 넘길 수도 있다는 위기감이 커졌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남은 기간 동안 여야 3당은 중요 사업은 ‘2+2+2 회동’에서, 나머지 사안은 국회 예결위 소소위원회에서 투트랙으로 협상을 진행해 예산안과 관련한 이견을 해소해 나갈 예정이다.

2+2+2 회동에서 논의될 의제는 예결위 심사에서 보류된 공무원 증원, 일자리 안정기금 등 최저임금 대책, 아동수당, 기초연금 관련 예산 등이 될 전망이다. 이날 정우택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최고위원회의에서 “문재인 정권의 무차별적인 퍼주기 예산, 극단적인 포퓰리즘 예산에 대해서는 결코 좌시하지 않고 삭감할 것은 삭감해 건전한 재정과 국민 혈세를 반드시 지켜내겠다”며 대여 강경 대응을 이어갈 뜻을 거듭 밝혔다.

◇뒷전으로 밀린 성장동력 확보 = 여야가 이른바 ‘퍼주기식 예산’ 분야에서 정쟁을 거듭하고 있는 사이 성장동력 확보를 위한 사회간접자본(SOC) 예산은 뒷전으로 밀려 대폭 삭감될 위기에 처한 것으로 확인됐다.

실제 정부가 편성한 내년 SOC 예산은 올해 예산인 22조1000억 원보다 20%가량 감소한 17조7000억 원이다. 확정 예산은 이달 30일까지 열리는 예결위 심사를 거쳐 1일 본회의를 통과해야 하지만 문재인 정부의 기조에 따라 SOC 예산 삭감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여야가 법정 처리 시한까지 합의점을 찾지 못해 예산안이 부결될 경우 국회법 개정 이래 처음으로 준예산이 편성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2014년에 도입된 국회선진화법에 따라 여야가 예산안에 합의하지 못하면 정부 원안은 국회 본회의에 자동으로 부의된다.

장병철 기자 jjangben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