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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7개 市道 1만3864곳 전수조사

대구 가장 높고 제주가 최악
울산·서울·세종·부산 상위권
전남·강원 한자릿수… 평창 2%
내진설계 1개도 없는 지역 20곳

경주 30% - 포항 27% ‘낙제점’
상습 발생지역… 시설보강 시급

각종 재난에 대비해 전국에 마련된 ‘이재민 임시 주거시설’의 내진율이 20%에 불과한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 15일 지진이 발생한 포항 지역의 이재민 주거시설 내진율도 전국 평균을 약간 웃도는 수준이다. 심지어 시·군·구 중에서 내진 설계 시설이 단 한 개도 없는 지역도 무려 20곳에 이르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재민 주거시설에 대한 내진 보강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24일 문화일보가 ‘국민재난안전포털’(www.safekorea.go.kr)에 등재된 전국 17개 시도 1만3864개 이재민 임시 주거시설을 전수조사한 결과 내진 설계가 된 시설은 2894개로, 평균 내진율이 20.9%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민재난안전포털은 각종 재난·재해로 발생한 이재민을 위한 임시 주거시설을 안내하고 있다. 자신이 사는 지역을 선택하면 인근 학교·문화센터·마을회관·경로당 등 임시 주거시설의 위치와 내진 설계 여부를 확인할 수 있다.

시도별로는 대구가 80.1%로 내진율이 가장 높았고, 제주가 2.5%로 전국 최하위를 기록했다. 대구 다음으로는 울산(52.7%)과 서울(51.5%), 세종(47.7%), 부산(40.3%)이 상위권을 차지했다. 전북(37.0%), 인천(23.1%), 대전(22.9%), 경북(21.5%)은 전국 평균을 웃돌았지만, 광주(18.3%), 경남(15.2%), 경기(14.3%), 충북(13.9%), 충남(12.1%)은 전국 평균에 못 미쳤다. 전남(9.3%)과 강원(9.2%)은 내진율이 한 자릿수에 그쳤다.

지난해와 올해 지진이 발생한 경주와 포항 지역 역시 ‘낙제점’에 가까웠다. 경주와 포항은 각각 30.9%, 27.9%로 전국 평균을 웃돌았지만, 지진 상습 발생 지역임을 고려하면 내진율을 획기적으로 끌어올려야 하는 상황이다. 내년 동계올림픽이 열리는 평창 또한 임시 주거시설의 내진율이 2.1%로 사실상 지진에 무방비 상태다.

내진율 100%를 자랑하는 시·군·구 13곳도 허점은 여전히 남아 있다는 지적이다. 전체가 아닌 일부 건물만 내진 설계가 돼 있어도 내진 시설로 분류돼 있었다. 임시 주거시설 25곳이 전부 내진 설계가 돼 있는 서울 A구청의 관계자는 “내진 설계가 되지 않은 시설은 아예 등록하지 않았다”며 “학교의 경우 내진 설계로 지어진 건물(체육관 등)이 1개 이상일 경우 내진 설계가 된 것으로 간주했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지방자치단체 관계자는 “우리는 모든 시설을 등록하다 보니 내진율이 낮게 나온 것 같다”며 억울함을 호소하기도 했다. 현행법에는 이재민 임시 주거시설 등을 지정할 때 내진 성능 여부를 확인하도록 하는 규정이 없어 지자체별로 ‘주먹구구식’으로 운영되고 있다.

한편, 교육부는 이재민 임시 주거시설의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학교의 내진율을 높이기 위해 2034년까지 총 5조 원을 투입할 계획이다. 이미 오래전부터 비슷한 프로젝트를 시행해 온 일본의 경우 학교 내진율이 2002년 44.5%에서 2015년 95.6%(일본 문부과학성 자료)로 올라, 내진율이 13년 만에 51.1% 포인트 상승했다. 서울 강남구에 사는 주부 조모(41) 씨는 “지진이 발생해 이재민시설에 갔다가 오히려 큰 봉변을 당하는 거 아닌지 걱정스럽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이해완 기자 parasa@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