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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건복지부 장관賞 안채희 양

선생님께.

안녕하십니까! 선생님? 진짜 오랜만입니다. 선생님을 만나고 1년이 지났지만 선생님을 잊을 수 없어 이렇게 편지를 씁니다. 그때가 아마 따뜻한 봄이 오는 계절이었나요? 봄 햇살을 맞으며 새롭게 5학년에 등교하는 아이들도 굉장히 많이 있었던 것 같아요. 선생님도 이미 아실지 모르겠지만, 저는 소심한 성격 탓에 친구가 많지 않았어요.

무거운 발걸음으로 문을 열고 들어간 교실에는 끼리끼리 뭉쳐 있는 여자애들이 있었어요. 또 친한 애들끼리 앉아선 얘기를 어찌나 많이 하던지. 전 주눅이 들어 최대한 구석에 앉아 선생님이 오시기만을 기다렸죠. 20분쯤 지났을 때, 시끄러운 교실보다 더 큰 ‘드르륵’ 문 여는 소리가 크게 튀어나왔어요. 그 소리는 선생님의 깊은 첫인상이었어요. 볼록 나온 선생님의 볼이 가장 눈에 띄는 순간에 선생님은 저희에게 “얘들아, 너희 왜 이렇게 어두워? 불 좀 켜고 살아라” 라는 구수한 말투로 인사를 건넸어요. 꼭 저희 아빠 같은 정감 가는 말투여서 입꼬리를 올리지 않을 수가 없었답니다.

그리고 선생님의 표정 또한 우리에게 큰 웃음 바이러스를 전파했어요. “하하하!” 웃으실 때마다 마치 여우의 화난 눈처럼 얇게 올라가는 눈, 하트 모양 입까지 합세해 안 웃을 수가 없었던 것이지요.

하루하루가 지날 때마다 웃음은 늘어만 갔지만 소심한 성격과 혼자 다니는 건 여전했어요. 막 가을에 접했을 때 선생님은 우리를 더 알고 싶다며 1대1 상담을 하신다고 그러셨죠! 이 성격 탓에 1대1 상담은 제일 싫어하는 활동 중 하나였지만, 왠지 선생님만큼은 저를 편히 해주실 수 있을 것 같아 기대를 품었답니다. 한 명, 한 명 지나가 14번인 제 차례가 됐을 때, 얼마나 가슴이 뛰었는지 몰라요. 혹여나 심장이 쿵쿵대는 소리가 들릴까 봐 걱정이 금수강산처럼 쌓였지요. 심호흡하고 들어간 문 반대편에는 선생님이 방긋 웃으시며 앉아계셨어요.

선생님께선 늘 사교성이 좋은 아이들과 대화를 하셔서 평범하게 친한 친구는 누구고, 아빠와 엄마는 무엇을 하시냐고만 물어보실 줄 알았는데 선생님은 좀 뜻밖의 말을 하셨어요. “용기를 가져야 해” 이 말을 들었을 때 전 뇌가 물음표로 가득 차버렸었죠. “처음부터 잘하는 사람은 없어. 하지만 잘하려고 하기도 전에 회피해 버리면 그게 너의 운명이 되고 순리가 돼버려. 사람들은 무궁무진하단다. 잘하려는 마음이 없으면 그 무궁무진한 사람들 속에 묻혀 사람들의 아래에서 살게 돼 버려. 안타깝게도 사람들은 대부분 잘하려는 마음보다 다른 사람이 더 잘한다는 마음을 가지고 살아간단다. 선생님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고 한 계단 한 계단 올라가니, 직업이 생기고 웃음이 생겼단다.”

선생님의 말을 듣고 정말 수많은 일이 별똥별처럼 빠르게 스쳐 갔어요. 무섭다고 피해버리고 먼저 다가갈 생각도 하지 않고! 내가 우리 반의 투명인간이 될 수밖에 없었던 것이 다 나의 행동 때문이라고 전 생각했어요. 다음 날 전 잘하려는 마음을 가지고 먼저 친구들에게 다가갔어요. 생각보다 친구들은 저에게 쉽게 마음을 열어 주었어요. 친구를 사귀는 것이 마냥 힘든 것이 아니라 진심으로 다가가면 진정한 친구가 될 수 있단 것을 ‘웃음의 원조’ ‘웃음 바이러스’ 선생님께서 정확히 깨닫게 해주신 것 같아요. 선생님 덕분에 전 6학년이 될 지금, 인맥의 왕이 되었답니다. 저는 지금의 저를 만들어 주신 선생님을 절대 못 잊을 것 같네요. 사랑합니다.♡



* 문화일보 후원, 초록우산어린이재단 주최 '고맙습니다, 선생님' 감사편지 쓰기 공모전 수상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