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를 풀어 일자리를 만들 규제프리존특별법 제정이 또 무산될 위기에 빠졌다. 여당과 정부는 법안을 보완해서라도 이번 정기국회에서 처리하려 하나 예기찮게 청와대가 제동을 걸고 나섰기 때문이다. 청와대는 최근 비공개 당·정·청회의에서 이 법이 국정철학·정책 방향과 맞지 않는 데다 대기업 특혜 우려도 있다며 반대했다고 한다. 국회 캐스팅보트를 쥔 국민의당이 이번 예산국회에서 바른정당과 핵심정책 공조 대상으로 꼽아 그 어느 때보다도 통과 가능성이 컸던 법안이다. 이낙연 국무총리도 필요하다고 했다. 김동연 경제부총리는 아예 공개적으로 찬성 입장을 밝힌 터다.

규제프리존법은 33만 개의 일자리를 창출한다는 분석도 나올 만큼 일자리 정부를 자임하는 문재인 정부로서는 ‘보배로운’ 법이다. 이 법이 시행되면 전국 14개 광역시·도에서 정한 드론, 자율 주행차, 바이오 등 신산업 규제가 대폭 풀려 기업들이 마음껏 혁신 속도를 낼 수 있다. 대기업과 함께 현 정부가 애지중지하는 중소·벤처 기업들도 대상임은 물론이다. 당연히 지역경제 활성화에도 큰 도움을 준다. 그러니 여야를 떠나 해당 시·도지사 모두가 이 법 통과를 간절히 바라는 게 아닌가. 그런데도 일자리 컨트롤타워인 청와대만 이 법을 반대하고 있으니 도대체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현 정부의 ‘대기업 혐오증’의 발로(發露)이거나 시민단체 반발 때문이라는 의심이 합리적으로 보이는 이유다.

한국 경제는 낡은 규제 덩어리를 들어내지 않으면 미래가 없다. 그런 점에서 현 정부가 4차산업을 동력으로 하는 혁신성장을 중점 정책으로 삼은 건 잘한 일이다. 청년실업이 최악이니 더욱 그렇다. 말로만 혁신성장과 규제혁파를 외치는 게 아니라면 청와대는 규제프리존법 통과에 어깃장을 놓아선 안 된다. 전(前) 정부가 추진한 정책이라도 지속 가능한 양질의 일자리만 만들어낼 수 있다면 품는 아량(雅量)의 국정을 펼쳐야 한다. 지금은 실용적 정책이 절실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