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권조정 논의 진척땐
적극 뒷받침하겠단 입장

‘선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 후 검경 수사권 조정’ 입장을 보여왔던 청와대는 국회에서 검경 수사권 조정 논의가 먼저 진행되는 것도 나쁘지 않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어떤 식으로든 현재 검찰의 권한을 분산하는 방향으로 개혁이 이뤄져야 한다는 취지다.

청와대 관계자는 22일 “중요한 것은 검찰 개혁을 해야 한다는 것”이라며 “국회의 논의에 따라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다”고 말했다. 자유한국당이 전날 공수처 법안 심사에서 강한 반대 의사를 표현한 가운데 검경 수사권 조정 논의가 먼저 진척된다면 이를 적극적으로 뒷받침한다는 뜻이다. 검찰개혁 논의가 정치권의 주요 화두로 남아 있는 게 중요하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청와대는 최근 적폐청산 관련 검찰 수사가 확대되면서 검찰개혁을 국정 핵심 이슈로 부각시키는데 주력하고 있다. 청와대 내부에서도 검찰의 정치권 사정을 지켜보기만 하면 검찰개혁에 실패했던 노무현 정부의 전철을 그대로 밟을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고 문재인 대통령도 검찰개혁의 속도전을 주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까지 참석하는 공수처 입법 당·정·청 회의가 20일 긴급 소집된 것도 이러한 분위기를 반영한다.

청와대는 검경 수사권 조정보다 공수처 설치가 단시일 내에 처리될 수 있기 때문에 ‘선 공수처 설치’ 입장을 유지해 왔다. 공수처 설치는 정치권의 합의만 있으며 가능한 사안이지만, 검경 수사권 조정은 이해 당사자인 검찰과 경찰 양 기관의 의견 조정 기간을 거쳐야 한다. 이에 따라 청와대는 국정과제 발표 시 올해 내 공수처 설치법 통과, 자치경찰제 관련 입법을 목표로 잡았다.

김병채 기자 haasski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