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외환보유액 3844억 달러
소요추산액에 835억달러 부족
韓·加 통화협정 ‘무제한’ 아냐

한국의 외환보유액이 3800억 달러를 넘어섰지만 한국 경제의 체력 저하에 북핵 리스크(위기)가 더해져 급격히 자본이 유출되는 ‘신(新) 외환위기’를 주의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학계 일각에서는 한국의 ‘금융위기 10년 주기설’을 주장하며 외환보유액을 더 늘려야 한다는 주장도 내놓고 있다.

신제윤 전 금융위원장은 21일 문화일보와의 통화에서 “지금 외환보유액 등 한국의 펀더멘털이 양호해 보이지만 외환위기 가능성에서 자유롭다고 할 수 없다”고 밝혔다. 신 전 위원장은 “외환위기는 물이 끓는 과정과 매우 유사하다”고 밝힌 뒤, “투자자의 신뢰가 지나치면 과신으로 변하고 어떤 계기로 기화점을 지나면 갑자기 수증기로 변해 사라지는 몰락 과정을 겪는다”고 말했다. 그는 또 “재정은 외환위기를 막을 수 있는 마지막 보루이고, 따라서 어떤 정치적 유혹에도 건전재정은 지켜져야 한다”면서 “한국은 북핵 리스크라는 문제를 안고 있어 외환보유액이 순식간에 유출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현재 장기화하고 있는 저성장 문제 역시 한국 경제에 대한 신뢰를 떨어뜨리고 새로운 유형의 외환위기를 자극할 수 있는 사안으로 꼽히고 있다.

일부 학계에선 현재의 외환보유액 자체가 여전히 부족하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한국금융ICT융합학회에 따르면 현재 외환위기 발생 시 소요액은 4679억 달러로 분석된다. 이는 북핵 리스크가 정점에 달했을 때 외국인 투자자들이 주식시장에서 대거 투매하고 떠난다는 것을 가정한 것이다. 지난 10월 말 현재 외환보유액이 3844억 달러인 점을 감안하면 약 835억 달러가 부족하다. 여기에 한국이 중국 등과 체결한 통화스와프 등을 총동원해야 겨우 방어할 수 있다는 것이 일부 학계의 주장이다.

한국이 새로운 유형의 외환위기에 봉착할 경우 협정을 체결한 통화스와프가 한국이 기대한 대로 집행될지 장담할 수 없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최근 한국과 캐나다 간 체결된 통화스와프가 ‘무제한·무기한’으로 캐나다 달러를 빌려올 수 있는 협정으로 알려졌으나, 이 역시 ‘완전한 안전판’이 아니다.

김만용 기자 myki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