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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 공지영은 1999년 ‘고등어’란 소설을 냈다. 소설에선 생선 고등어는 나오지 않는다. 한때 팔팔한 ‘등 푸른 고등어’였던 자신을 잃고 좌판에 깔린 고등어처럼 살아가던 주인공(명우)에게 은림의 등장은 자유를 향해 몸부림치게 하는 계기가 된다는 내용이다.

‘산울림’의 가수 김창완은 1987년 ‘어머니와 고등어’를 발표했다. 지금도 애창되는 “한밤중에 목이 말라 냉장고를 열어보니 한 귀퉁이에 고등어가 소금에 절여져 있네…”란 ‘불후의 명곡’이다. 고등어가 제철을 맞았다. “가을 고등어와 가을 배는 며느리에게 주지 않는다”는 속담이 있다. 며느리 주기가 아까울 만큼(?) 가을 고등어는 연중 맛이 가장 뛰어나다는 의미다.

여름에 산란을 마친 고등어는 겨울 대비를 위해 가을에 먹이를 양껏 먹는다. 가을 고등어의 지방 함량이 100g당 20g이 넘는 것은 그래서다. 지방이 많다고 하여 너무 걱정할 필요는 없다. 지방의 대부분이 혈관 건강에 유익한 불포화 지방이기 때문이다. 불포화 지방 중에서도 특히 DHA·EPA 등 오메가-3 지방이 풍부하다. 깨끗한 피와 탄력 있고 건강한 혈관을 원하는 사람이라면 소홀히 할 수 없는 생선이 바로 고등어다.

등이 푸르다는 것 외에 빛을 좋아하고(추광성) 무리를 지어 산다는 것(군집성)이 고등어의 세 가지 특성이다. 고등어(高登魚)란 명칭은 ‘등이 둥글게 부풀어 오른 생선’이란 뜻이다. 배 쪽이 희고 반점이 없으면 고등어(참고등어), 검은 반점이 있으면 망치고등어(점고등어)다. 맛이 뛰어나고 가격이 더 비싸다면 참고등어이기 쉽다. 중국에선 청어(靑魚)·청화어(靑花魚)라 한다. 일본에선 고기 어(魚)에 푸를 청(靑)을 붙인 ‘사바’(鯖)라 칭한다. ‘뇌물을 바쳐 일을 성취한다’는 의미의 속어인 ‘사바사바한다’는 일제강점기 때 나온 말이다.

고등어는 단백질도 풍부하다. 100g당 20g이 단백질이다. 고등어의 단백질을 구성하는 아미노산 중 가장 유명한 것은 타우린이다. 타우린은 혈압·혈중 콜레스테롤을 낮추고 간 기능을 높이며 천식을 완화하고 시력을 개선한다.

“고등어는 살아서도 부패한다”는 말이 있다. ‘신선해 보이는 것이라도 잘못 먹으면 식중독을 일으킬 수 있으므로 주의하라’는 경고다. 고등어는 낚아 올리는 즉시 죽고 다른 어류보다 풍부한 붉은 살(血合肉) 부위에서 부패가 빠르게 진행된다. 이때 히스티딘이 히스타민으로 바뀐다. 히스타민은 두드러기·복통·구토 등 알레르기 증상을 유발하는 성분이다.

정약전이 쓴 국내 최고(最古)의 어류학서인 자산어보(玆山魚譜)에도 “얕은 물에서 수압을 덜 받고 자라서인지 육질이 연하고 상하기 쉽다”는 대목이 나온다.

부패가 빠른 고등어를 더 오래 두고 먹기 위한 우리 선조의 지혜가 자반고등어다. 소금에 절여 놓은 자반고등어는 장기 보관이 가능하다. 자반은 좌반(佐飯)에서 유래했으며, 밥 먹는 것을 도와준다는 뜻이다.

비린내가 싫어 고등어를 멀리하는 사람이 많다. 비린내는 고등어의 지방이 산패(酸敗)한 결과다. 비린내가 거슬린다면 조리 전에 식초를 뿌리는 것이 방법이다. 먹기 전에 비타민 C가 풍부한 레몬즙을 뿌리면 비린내는 물론 탄 부위에 생긴 발암물질도 억제한다. 굽기 전에 소금을 뿌리면 살이 단단해지고 맛이 좋아진다.

한국식품커뮤니케이션포럼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