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서 근무하는 A 경장에게는 지난 15일 경북 포항시에서 발생한 지진의 여파로 새로운 업무 하나가 추가됐다. 일주일 연기된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시험지 보안을 위해 오는 23일까지 이른바 ‘철통 경비’에 투입된 것. 동료 경찰들과 순번을 정해 교대로 시험지 유출 방지를 위한 보안 경계 업무를 맡게 됐다. A 경장은 “추가로 해야 할 일이 생겨서 업무 부담은 크지만, 그래도 1년에 한 번 있는 시험이 잘 치러지도록 경계에 매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국 85개 지역에 보관된 수능 시험지를 지켜야 하는 경찰이 진땀을 빼고 있다. 경찰은 출제·인쇄 본부와 보관소마다 2교대로 하루에 경찰관 4명씩을 배치해 경비를 강화하고 있다. 보관소가 있는 지역을 담당하는 지구대는 2시간 간격으로 주변을 순찰한다. 경찰 관계자는 “시험지 보안에만 총 2500여 명이 추가 투입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수능시험은 아니었지만, 과거에 실제로 시험지가 분실된 사례도 있어 경찰은 초긴장 상태다. 2014년 전남 여수시에서 시험 나흘 전에 고교 2학년 전국연합학력평가 시험지 1상자가 없어지는 사고가 발생한 것. 다행히 미개봉 상태로 회수되면서 예정대로 시험이 시행됐지만, 당시 부실한 시험지 관리 시스템으로 질타를 받은 바 있다. 이와 같은 만약의 사태에 대비해 경찰은 기동대·형사 등 인력을 동원해 긴급 출동태세를 유지하고 있다. 한 경찰 관계자는 “솔직히 잘 지키는 건 당연한 걸로 인식될 테고, 혹시라도 유출되면 경찰이 모든 욕을 다 먹게 생겼다”고 걱정했다.

경찰은 수능 당일에는 문제지 보관소를 비롯해 시험장·채점본부 등을 포함, 총 3802곳에 인력과 차량을 대거 투입하고 시험장 외곽과 문제지 호송·회송 상황 경비를 맡게 된다.

김성훈 기자 powerkims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