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사저근처 수십발 총성”
국영방송사 점령… 무력 충돌
로버트 무가베(93) 대통령이 37년을 통치하고 있는 짐바브웨에서 군부가 국영 방송국 본사를 점령하는 등 쿠데타를 일으킨 것으로 15일 전해졌다. 쿠데타는 짐바브웨 군부 수장인 콘스탄틴 치웬가 장군 주도로 이루어진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이날 BBC는 짐바브웨 군부가 국영방송인 ZBC 본사를 점령했다고 보도했다. 앞서 짐바브웨 수도 하라레에 있는 무가베 대통령의 사저 근처에서 30여 발의 총성이 울렸다는 보도도 나왔다.
무가베 대통령의 사저 인근에 사는 한 주민은 “오전 2시가 얼마 지나지 않은 시각에 그의 집 쪽에서 3∼4분 사이 30∼40발의 총성이 들렸다”고 말했다. 전날에는 하라레 인근에서 탱크 여러 대가 목격됐다는 증언도 잇따랐다.
짐바브웨 주재 미국대사관과 영국대사관은 이곳에 체류하는 자국민에게 상황이 불확실하다며 추가 공지가 있을 때까지 안전한 집에 머물 것을 권고했다.
짐바브웨는 37년을 집권한 독재자 무가베 대통령 측과 군부 간 대립이 치열해진 상황이다. 치웬가 장군은 이틀 전 기자회견에서 “해방전쟁 참전용사 출신 정당 인사들을 겨냥한 숙청을 당장 멈추라”며 “군대가 혁명을 보호하는 문제에 개입하는 데 주저하지 않을 것임을 상기시킨다”고 경고했다. 차기 대통령 후보로 꼽히던 에머슨 음난가그와 전 부통령을 경질한 무가베 대통령에게 경고 메시지를 보낸 것이다. 무가베 대통령은 부인 그레이스(52) 여사에게 대통령직을 물려주려다 군부의 반발을 불러 일으켰다.
박세희 기자 saysay@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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