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황성규 논설위원

새우는 회(膾)·구이·튀김·찜·탕 등 다양한 먹거리로 인구에 회자된다. 그런 만큼 용어도 속담도 많다. 실눈에 버금가는 새우 눈이 있는가 하면, 새우잠은 칼잠과 더불어 불편한 잠자리의 대명사다. 좁쌀 같은 새우 간이나 ㄱ자 새우등은 듣기 불편한 용어다. 흔하기로는 고래 싸움에 새우등 터진다는 속담이다. 그런데 더러는 새우 싸움에 고래 등 터지는 경우도 본다. 아랫사람이 저지른 일로 윗사람이 해를 입는 경우다. 또, 잊어버린 지난 일을 들춰내면서 쓸데없는 이야기를 하면 새우 벼락 맞던 이야기 한다고 한다. 세상사 액운만 있는 게 아니다. 적은 밑천으로 큰 이득을 얻는, 새우로 잉어를 잡는 일도 있으니까.

일본인 언어학자 오구라 신페이(小倉進平·1882∼1944)의 조선어 방언 조사 보고서를 보면, 새우의 우리말 방언은 사위, 새, 새비, 진게미 등 26가지나 된다. 새우라는 말은 ‘새요’ 또는 ‘새비’의 고어형이 그 뿌리말이다. 학자 중에는 빙빙 둘러서 감는다는 뜻을 가진 ‘사리다’의 옛말 ‘？다’를 어원으로 꼽는 이도 있다. 즉, 새우는 몸을 사리고 있는 모양새를 보고 지은 이름이라는 것이다. 일본에서는 일반적으로 새우를 ‘에비(えび)’라 하는데, 한자로는 하(蝦) 또는 해로(海老)라고 쓴다. 해로는 ‘바다 노인’이란 뜻이니, 긴 수염과 굽은 허리 때문에 만들어진 이름이다. 생김새를 보고 지은 우리나라 작명법과 닮았다. 중국에서는 일반적으로 샤(蝦)라 하는데, 작은 놈은 샤미(蝦米)라고 한다. 우리가 작은 민물새우를 새뱅이라 하는 것과 같다.

지난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국빈 만찬 때 청와대에서 요리로 내놓은 ‘독도 새우’가 한·일 간 외교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독도’라는 지명을 두고 일본 외무상이 유감을 표명하면서 시작됐다. 하지만 ‘독도새우’란 종(種)은 없다. 다만, 독도 해역에서 잡은 새우일 뿐 생물 종 이름은 아니라는 말이다. 독도 주변에서 잡히는 새우로는 꽃새우, 가시배새우(닭새우), 도화새우 등이 있는데, 이번 만찬 메뉴에 오른 새우는 ‘도화새우’라고 한다. 몸빛이 복숭아 색깔이어서 얻은 이름이다.

지금은 자잘하게 새우로 독도를 지킬 때가 아니다. 독도 영유권을 확실히 함으로써 도화새우도 지키는 국가 전략이 필요한 때다. 소리 소문 없이 실효적 지배를 강화해 나가는 방안을 포함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