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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삼현 숭실대 법학과 교수

정부가 최근 30인 이하 사업장에 근무하는 모든 최저임금 근로자에게 1년간 1인당 매월 13만 원씩 임금을 보전해 주겠다고 발표했다. 지난 5년간 최저임금 평균인상분(7.4%)보다 높은 9%를 국가가 책임져야 영세사업자를 보호할 수 있다는 뜻이다. 결국, 최저임금 인상분을 국민의 혈세(血稅)로 충당하겠다는 것이다. 그 규모가 연간 약 3조 원이라고 한다.

이와 관련, 본질적인 문제를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즉, 문재인 정부의 핵심 노동정책이 일자리 창출인지, 아니면 근로자 보호 강화인지를 고민해 봐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일자리 창출과 근로자 보호 강화 정책은 양립할 수 없는 관계이기 때문이다. 그 대표적인 예가 바로 이번 일자리 안정자금 지원 대책안이다.

지난 7월 최저임금 인상률 16.4%를 결정하면서 영세사업자의 경영 악화에 대한 우려가 많았다. 특히, 중소기업중앙회 등 영세·중소 상공업계가 강력히 반대했던 일도 이와 관련이 깊었던 것으로 이해된다. 그래도 그 당시에 문 정부는 이러한 우려를 단지 사업자들의 엄살로 치부했다. 박근혜 정부가 60세 정년을 법률로 보장하면서 청년들의 하소연을 과감히 외면했던 것과 유사한 전철을 밟은 것이다.

문제는 매년 3조 원씩의 안정자금을 국고에서 지원할 것인가 하는 점이다. 더욱이, 2020년에 최저임금이 1만 원에 이르는 경우 매년 최소 10조 원 이상이 국고에서 일자리 안정자금으로 지급돼야 할 수 있다. 이를 인식한 김동연 경제부총리도 이번 일자리 안정자금 지원은 1년 한시적이라는 점을 강조하면서, 지원 목적을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고용 불안 우려를 조기에 해소하고 소상공인이나 근로자들이 사전에 충분히 준비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것”이라고 못 박았다. 하지만 중소기업계에서는, 이번 지원은 영세사업자들의 수명을 1년 연장하는 데 불과하며 1만 원까지 최저임금이 인상되는 2020년에는 유예된 1년간의 누적분까지 포함된 거대한 임금폭탄이 영세사업자들을 사지로 몰아넣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일각에서는 국민의 세금으로 사업 실적이 우수한 기업의 인건비를 대신 지급해 주는 불합리한 결과가 초래될 것이라는 지적도 하고 있다. 이에 대해 정부는 과세소득 5억 원 이상 고소득 사업주와 임금체불 사업주, 인건비 재정 지원을 받는 기업체 등은 지원 대상에서 제외한다는 입장을 천명한 바 있다. 그러나 수십만 명에게 지원하면서 동시에 그 자격을 심사하는 것 자체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또한, 영세중소기업 사업주의 사업소득이 5억 원을 초과하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며, 설령 사업주의 고소득이 사업 외의 소득으로 인해 발생한 경우 그 사업장의 근로자들은 사장 때문에 지원금을 못 받는 결과가 초래될 수도 있다.

어쨌든 이번 일자리 안정자금 지원안은 어느 모로 보나 부작용이 클 수밖에 없다. 이를 의식한 듯 김 부총리는 이 제도를 연착륙시킬 수 있는 방안도 모색하겠다면서, 동시에 국회 심의 과정에서 반대하는 경우 그 내용을 수정하겠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것으로 알려진다. 즉, 야당에서 이를 반대하면 그 책임을 야당에 전가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되는 발언을 한 것이다. 이는 일자리 안정자금 지원안이 정쟁의 도구로 전락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부총리의 말대로 진정 연착륙이 필요하다면, 그 공을 국회로 넘기기보다는 과속(過速)하는 최저임금 인상 자체를 유예하는 게 더 효과적일 수 있을 것이다. 문 대통령의 결단이 필요한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