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19兆서 0.9% 증가 결정
1차중재선 과기정통부 판정승
‘권한 넘기되 사전협의’로 가닥

과기부 예산편성 역량은 의문
국회 논의과정서 수정될 수도

‘예산 당국’인 기획재정부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20조 원에 육박하는 연구·개발(R&D) 예산 편성권을 둘러싸고 팽팽한 ‘기 싸움’을 벌이고 있다.

13일 기재부 등에 따르면 R&D 예산은 올해 19조5000억 원에서 내년에는 19조6000억 원으로 0.9%(1000억 원) 증가한다.

과기정통부의 예산편성 권한을 강화하려는 움직임은 국정기획자문위원회가 지난 7월 펴낸 ‘문재인 정부 국정운영 5개년 계획’에서 나타났다. 이에 따라 기재부와 과기정통부 간 1라운드는 과기정통부의 ‘판정승’으로 결론 나는 분위기다. 1차 중재안이 ‘R&D 예비 타당성(예타) 조사 권한을 과기정통부에 넘겨주되, 기재부가 과기정통부와 사전 협의를 거쳐 R&D 지출 한도를 결정해 통보한다’로 정리됐기 때문이다.

예타 권한을 넘겨받은 과기정통부는 “사실상 R&D 예산 편성권이 과기정통부로 넘어온 것이나 다름없다”며 의기양양하고, 기재부는 잔뜩 풀 죽은 모습이다. 그러나 아직 변수는 많다. 우선 R&D 사업의 지출 한도를 설정할 때 기재부 장관이 과기정통부 장관과 협의해 결정하는 내용의 국가재정법, 과학기술기본법 개정안이 현재 의원입법으로 발의 중인데, 국회 의결 과정에서 수정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과기정통부가 과연 예타 조사와 예산 편성을 할 수 있는 ‘실력’을 갖추고 있느냐는 것이다. 과기정통부는 “그동안 기재부가 수행한 예타가 ‘경제성’을 중요한 요인으로 판단하는 바람에 경제성이 없는 기초 연구는 수행할 수 없었다”며 “예타 조사 기간을 현행 2~3년에서 6개월로 앞당길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듣기에는 그럴싸하지만, 굉장히 위험한 발상이다. 우선, 예타 조사 과정에 경제성을 중시하지 않으면, 나중에 “주관적으로 조사했다”는 비판이 나올 수 있다. 예타 조사 기간을 2~3년에서 6개월로 줄였다가 추후 부실 조사로 드러나면 “국민 혈세(血稅)를 마구잡이로 썼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조해동 기자 haedon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