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김동연(오른쪽)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김영주(가운데) 고용노동부 장관이 9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동 수출입은행에서 열린 ‘일자리 안정자금 시행계획’ 관계 부처 합동 브리핑 후 악수를 나누고 있다.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이 뒤에서 지켜보고 있다. 연합뉴스

- ‘일자리 자금’시행안 발표

경비업체는 30인이상 가능
과세소득 5억 이상은 제외
임금체불 업체·공공부문도

2018년 이후 지원대책 없고
중산층 이상에 혜택 갈 우려
中企·소상공인 “미봉책일뿐”

정부가 내년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에 따른 중소 영세업자들의 충격을 완화해 주기 위해 ‘국고’를 통한 긴급 충격 완화 대책을 내놨다. 소상공인과 중소기업을 위한 ‘고육지책’이지만, 한시 대책인 데다, 정밀함이 떨어져 누수가 생길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정부는 9일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을 비롯해 김영주 고용노동부 장관, 한승희 국세청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이 같은 내용의 일자리 안정자금 지원대책을 발표했다. 이날 회의에는 백운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과 김영록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김영춘 해양수산부 장관,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은 물론, 경제 분야와 큰 관련이 없는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까지 참석해 문재인 정부가 일자리 정책에 ‘심적 부담’이 얼마나 큰지를 단적으로 보여줬다는 분석이다.

정부는 30인 미만 고용 사업주가 월급 190만 원 미만 근로자를 고용한 경우, 내년부터 한시적으로 근로자 1인당 월 13만 원씩의 최저임금 인상분을 지원하기로 했다. 이는 내년도 최저임금 인상률(16.4%)이 과거 5년간 평균 인상률(7.4%)을 초과하는 9%포인트에 해당하는 12만 원과 그에 따른 노무비용 등 추가 부담분 1만 원을 합한 금액이다. 내년도 최저임금이 7530원으로 전년 대비 1060원 오르는데, 정부가 인상액의 절반 이상인 시간당 581원을 국고에서 충당해 세금으로 보전해 주기로 한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 공약인 ‘2020년 최저임금 1만 원’ 정책에 따라 특히 중소 영세사업주들에게는 적잖은 타격이 예상돼 경영 악화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중소기업중앙회 등 영세·중소 상공업계가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을 강하게 거부하고 있는 이유다. 김동연 부총리도 일자리 안정자금 지원 목적을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고용불안 우려를 조기에 해소하고 소상공인이나 근로자들이 사전에 충분히 준비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문제는 이번 대책이 한시적으로 이뤄진다는 점이다. 고용부는 이번 지원이 내년 1월 1일부터 12월 31일까지 1년간 지원되는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가 발표한 일자리 안정자금 시행계획안에는 2018년 이후 지원대책이 담겨 있지 않다. 이 때문에 중소기업 업계에서는 이번 지원방안이 근본적인 대책이 되지 못한다며 평가 절하하고 있다. 한 중소기업 관계자는 “이번 지원은 불안감을 1년 유예한 것에 그치는 미봉책”이라며 “최저임금은 계속 오르는 데 1년만 지원하고 그칠 경우 누적분까지 피해가 한꺼번에 올 수 있다”고 우려했다.

정부 의도와는 다르게 중산층 이상 계층 지원에 자금이 흘러들어 갈 수도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이 내놓은 ‘최저임금과 사회안전망：빈곤정책수단으로서의 한계’ 보고서에 따르면 2013년 기준 최저임금 미만 임금을 받는 근로자 중 실제 빈곤 가구(중위소득의 50% 미만)에 속하는 사람은 전체의 30.5%에 불과했다. 나머지 69.5%는 근로자 개인이 최저임금을 받더라도 가족 전체로는 중산층 이상의 소득을 올렸다. 정부도 이를 의식한 듯, 과세소득 5억 원 이상 고소득 사업주와 임금체불 사업주, 인건비 재정지원을 받는 기업체 등은 제외키로 했지만, 정확히 걸러질지는 미지수다.

사업 운용에 대한 우려도 제기된다. 자금 지원의 대상자 선정과 자금 집행 등의 실무는 고용노동부 산하 근로복지공단이 담당하게 될 전망이다. 만성적인 인력 부족으로 과도한 업무 부담을 호소하는 근로복지공단이 추가적인 대규모 지원 사업을 제대로 수행할 수 있을지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정부는 일단 예산안을 처리한 후 지적받은 사안들을 보완한다는 입장이다. 김 부총리는 “제도를 연착륙시키고 최저임금 인상도 경제와 사회에 정착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정부의 과제”라며 “적어도 최소한 상반기 중에 흐름, 집행상황, 보완할 점, 경제와 재정여건을 동시에 보고 하반기 중 연착륙하는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정진영 기자 news119@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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