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환영 vs 반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국회를 찾아 연설한 8일 오전 국회 앞에서 찬반 시위대가 경찰을 사이에 두고 대치하고 있다. 연합뉴스

- 보수·진보단체 집결

“트럼프 환영” “한미동맹 강화”
“전쟁 미치광이 물러나라” 외쳐
외국 정상이 국회 찾은날‘눈살’
전날 2~3번 숙소 난입 시도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국회에서 연설한 8일 오전, 국회 주변은 진보단체와 보수단체가 모두 몰려들어 아수라장으로 변했다. 해외 정상이 국회를 찾는 날 둘로 완전히 갈라진 대한민국의 민낯이 고스란히 드러났고, 심지어 양측간 충돌까지 발생했다.

국회 일대는 트럼프 대통령을 맞아 전날부터 환영 분위기가 조성됐다. 국회 담장을 따라 정문 앞으로 약 800m 이어진 국회대로에는 가로수마다 태극기와 성조기가 함께 걸렸고, 국회 본청 정면에도 대형 태극기와 성조기가 설치됐다. 전날부터 경내에 주차된 차량을 비워줄 것을 통보, 경비하는 경찰들을 제외하면 국회 안은 한산했지만 국회 정문 앞으로 뻗은 의사당대로 일대는 진보·보수 단체들이 몰려들어 좌우로 양분됐다. 국회의사당∼여의도공원 방향으로 좌측(국민은행 쪽) 구간에는 ‘노(No)트럼프 공동행동’ 등 진보단체들이 “전쟁 미치광이 트럼프는 국회에서 물러가라”고 외치며 반대 시위를 했다. 이에 맞서 재향군인회 등 보수단체는 우측(글래드호텔 쪽)에서 “트럼프 대통령 환영” “한·미 동맹 강화” 등의 구호를 외치며 성조기를 흔들었다.

결국 크고 작은 충돌이 일어났다. 대한애국당이 국회 주변에서 진보단체를 상대로 “빨갱이”라고 비난하며 태극기와 성조기를 흔들었고, 진보단체들은 “웬 행패냐. 꺼져라”라고 받아치면서 충돌했다. 인근에 대기하던 경찰들이 서로를 갈라놓으면서 상황이 종료됐다.

경찰은 트럼프 대통령의 국회 연설에 앞서 약 1만5360명(192개 중대)의 집회 대비 경력과 3500명의 경호 경력 등 총 1만8860여 명을 동원했다. 이 중 국회 주변에만 1700여 명을 배치, 기습 시위 및 돌발 상황에 대비했다. 경찰은 약 2m 높이의 질서유지펜스를 국회로 향하는 길마다 배치해 집회가 금지된 국회 100m 이내 지역의 출입을 통제했다. 경찰 관계자는 “만약의 사태를 대비해 인근 건물의 옥상을 확보, 저격수 등 경찰 특공대도 동원했다”고 전했다.

트럼프 방한 이틀 동안 광화문과 청와대 일대, 그랜드하얏트호텔 인근에서도 크고 작은 집회가 이어졌다. 경찰의 경비 강화로 인해 진보단체들은 트럼프 대통령 숙소였던 용산구 하얏트호텔 인근에서 진행하려던 밤샘 시위를 포기했지만, 문재인 대통령과의 만찬을 마친 트럼프 대통령의 차량이 7일 밤 세종대로를 지나가자 도로를 향해 야광봉 등을 던지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머문 호텔 주변은 1400여 명의 경찰이 둘러쌌다. 삼엄한 경계로 대규모 시위는 없었지만, 1∼2명으로 이뤄진 소규모 시위대가 2∼3차례 호텔 정문으로 난입을 시도했다. 이들은 호텔 진입이 경찰에 제지당하자 “트럼프는 사드를 가지고 이 땅에서 떠나라”는 구호를 외쳤다. 보수 단체들은 전날부터 호텔 주변에 모여 트럼프 대통령이 드나들 때마다 성조기와 태극기를 흔들며 “아이 러브 트럼프(I Love Trump)”라고 환호했다.

전현진·조재연·이희권 기자 jjin23@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