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 전 청장 “총괄 책임이란 검찰 공소 내용 모호” 검찰 “집회에 대한 총책임 있어”

고(故) 백남기 씨 사망 사건과 관련해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기소된 구은수(59) 전 서울경찰청장에 대한 첫 재판부터 검찰과 변호인 측은 집회 현장에서 경찰의 책임을 놓고 공방을 벌였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4부(부장 김상동) 심리로 이날 열린 구 전 청장과 신모 전 서울경찰청 제4기동단장 등에 대한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 1회 공판 준비 기일에서 구 전 청장 측 변호인은 “검찰 공소장에 나와 있는 ‘집회 총괄 책임’이란 말이 모호하다”며 “구체적으로 집회 책임은 서울경찰청 차장과 기동본부장에게 있다”고 주장했다. 반면 검찰 측은 “집회에 대한 총책임자란 의미”라고 맞섰다.

공판 준비 기일은 정식 공판 기일과 달리 피고인의 출석 의무가 없지만 구 전 청장은 이날 재판에 나왔다. 구 전 청장 측은 당시 집회 현장에 있던 살수차 내의 CCTV 화면을 공개 검증할 것을 요청했다.

구 전 청장과 신 전 단장은 2015년 11월 14일 민중 총궐기 시위 진압의 총책임자로 살수차 운용 지침을 소홀히 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과 함께 기소된 살수 요원 최모 경장과 한모 경장은 살수차 점검을 소홀히 하고 살수차 운용 지침을 위반해 백씨에게 직사 살수한 혐의를 받고 있다.

백 씨는 민중 총궐기 집회 장소인 서울 종로구 종로구청 입구 사거리 앞에서 경찰이 살수한 물대포를 맞고 쓰러져 뇌사 상태에 빠진 후 사고 317일째인 지난해 9월 25일 사망했다. 이후 백 씨 가족은 강신명(53) 당시 경찰청장과 구 전 청장 등 7명을 살인미수 등 혐의로 고소했지만, 검찰은 업무상 과실치사를 적용해 구 전 청장 등 4명을 재판에 넘겼다.

이에 앞서 구 전 청장은 다단계 투자업체 IDS 홀딩스로부터 수사 청탁을 들어주는 대가로 금품을 수수한 혐의(뇌물 수수)로 지난 10월 구속됐다.

정철순 기자 csjeong11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