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청문회 준비 홍종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가 7일 오전 인사청문회 준비를 위해 여의도에 마련된 사무실로 출근하고 있다. 김선규 기자 ufokim@

(中) 인사·외교정책 ‘논란’

감사원장 후임자 지명 못하고
홍종학 후보자 ‘내로남불’ 논란
靑 “청문회 기준 높아져” 해명

前정권 인사 일단 배제 원칙에
文정부 ‘인재 풀’ 바닥 드러내
與서도 “통합인재 널리 찾아야”

취임 6개월을 맞은 문재인 정부가 ‘인재 풀’의 바닥을 드러내고 있다. 오는 12월 1일 임기가 만료되는 황찬현 감사원장의 후임자를 아직 지명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단적인 예다. 임기 초 캠프 출신이 아닌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강경화 외교부 장관 등을 지명하기도 했지만, 점점 ‘캠·코·더(캠프 출신·코드·더불어민주당 출신) 인사’가 심화되면서 그나마 빈약한 후보군이 더 축소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황 감사원장 후임 후보자 지명은 빨라도 8~15일로 예정된 문 대통령의 동남아 3개국 순방 이후에나 이뤄질 전망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순방 전 발표가 어렵다”고 말했다. 국회 인사청문회, 본회의 임명동의안 투표 일정까지 생각하면 감사원장은 상당 기간 대행 체제가 불가피하다. 청와대는 9월 24일이 임기였던 양승태 전 대법원장 후임을 1개월여 전인 8월 21일 지명했다.

청와대는 최근 들어 인재 풀이 부족한 모습을 계속 보였다. 헌법재판소장 후보자는 돌려막기를 했다. 문 대통령 취임 직후 지명한 김이수 후보자 임명동의안이 부결되자 김 후보자를 그대로 권한대행으로 유지하는 고육책을 택했다. 그러나 여론이 예상보다 더 악화되자 임기가 10개월도 남지 않은 이진성 헌법재판관을 소장 후보자로 다시 지명했다. 대법원장도 양 전 대법원장과 현 김명수 대법원장의 사법연수원 기수 차이가 13기에 달해 인재 풀이 부족한 것이 아니냐는 관측을 낳았다.

문재인 정부가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을 채우지 못해 조각을 6개월째 마무리 짓지 못한 것도 인사 난맥상의 대표적인 사례이자 인재 풀의 한계를 드러낸 사례였다. 청와대는 정치적 색채가 옅은 벤처기업인 출신을 상징적으로 장관 후보자로 물색했지만, 결국 정치인 출신인 홍종학 후보자를 지명했다. 하지만 홍 후보자는 고액 격세 증여와 자녀 국제중 입학 등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 논란으로 정치인 출신으로는 유례없는 공세를 받아 인사청문회 통과 여부를 장담할 수 없다. 홍 후보자가 낙마할 경우 조국 민정수석, 조현옥 인사수석 등 인사 라인의 문책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는 “다양한 분을 모시려고 다방면으로 노력하고 있지만, 인사청문회의 기준이 갈수록 높아지다 보니 정말 인사가 어려워지고 있다”고 해명하고 있다. 하지만 각계에서는 청와대가 조금 더 시야를 넓히면 인사 논란을 피하면서 야당의 동의도 얻을 수 있는 후보자를 충분히 찾을 수 있다는 지적이 많다. 대법원장이나 헌법재판소장, 감사원장 인사만 하더라도 중립적 성격의 존경받는 법조인이 많지만, 이명박·박근혜 정부에서 주요 자리를 맡았다는 이유로 무조건 배제하는 식의 원칙을 유지하다 보니 인재 풀이 좁아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인사를 찾는 시야가 좁아지고, 인사 논란 문제가 위험 수위에 이르렀다는 것은 여권 내에서도 지적되고 있다. 여권의 한 관계자는 “아무리 인기 좋은 정권도 결국 인사 문제로 조금씩 허물어지기 시작했다”며 “대통령이 선거 막판 강조했던 통합의 정신을 생각해 인재를 널리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김병채 기자 haasskim@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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