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검증에 물리적 한계’호소
野 “온정주의에 휘둘려” 비판

문재인 정부 6개월 동안 청와대의 부실한 인사 검증 시스템에 대한 지적은 끊이지 않았다. 초기엔 청와대 진용 구성 지연에 따른 인사 시스템 미완비가 부실 인사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됐다. 이에 임종석 청와대 비서실장은 지난 5월과 9월 두 차례에 걸쳐 인사 논란에 대해 공식 사과했고, 인사추천위원회·인사자문회의 운영을 약속했다. 하지만 이후에도 인사 논란이 끊이지 않자 검증 시스템 완비 차원을 넘어 검증 과정 자체에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문재인 정부 조각 작업의 마지막 ‘퍼즐’이었던 홍종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논란은 청와대 검증시스템의 한계를 압축적으로 보여준다. 청와대는 지난 9월 박성진 전 중기부 장관 후보자 낙마 이후 38일간의 고심 끝에 홍 후보자를 새 장관 후보자로 지명했다. 이미 정부 출범 후 7명의 후보자가 낙마했고, 지명이 상당 기간 지연돼 이번에는 검증이 제대로 이뤄졌을 것이란 기대가 적지 않았다.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은 당시 결격 사유의 여부를 묻자 “청와대가 먼저 밝힐 것은 없다”고 자신감을 피력했다.

그러나 인사 발표 후 바로 홍 후보자의 편법 증여 논란, 학벌주의 조장 논란, 딸의 국제중 진학 논란 등이 터져 나왔다. 특히 증여와 관련된 문제는 홍 후보자가 국회의원 시절 제출한 재산 공개 내역과 고위 공직자 인사검증을 위한 사전 질문서를 보면 쉽게 파악할 수 있는 것이었다. 청와대가 관련 내용을 사전에 파악했음에도 장관 후보자 지명을 강행했다는 의혹이 나오는 지점이다. 야당은 “캠코더(캠프·코드·더불어민주당) 출신 인사에 대한 온정주의 때문에 청와대가 엄중한 잣대로 평가하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청와대가 인사 검증에서 국가정보원의 존안 자료를 배제한 후 이를 대체할 인사 자료를 확보하지 못하고 있어 앞으로도 이러한 인사 논란이 끊이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청와대 인사수석실과 민정수석실이 주축이 된 인사검증팀은 하마평이 나오는 인사들의 세부 경력과 친분 관계, 집필 활동 등을 파악하는 데 물리적 한계를 호소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회 운영위원회는 6일 청와대 국정감사에서 인사 검증의 책임을 묻기 위해 조국 민정수석의 출석을 요구했으나, 조 수석은 끝내 국감장에 나오지 않았다. 문재인 대통령은 두 달 전 “인사수석실 산하에 인사 시스템의 보완과 개선방안을 조언할 인사 자문회의를 두었으면 한다”고 지시했지만, 임 비서실장은 이날 국감에서 “인사 자문회의를 (아직) 구성 중”이라고만 밝혔다. 문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었던 인사추천실명제 도입도 기약이 없는 상황이다.

유민환 기자 yoogiza@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