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폐청산 등 국정 일방통행
野 반발 내년 예산안도 험로

문재인 대통령이 오는 10일 취임 6개월을 맞지만, 100대 국정과제 중 핵심 사안과 관련한 법안은 한 건도 국회를 통과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역대 대통령 중 취임 6개월 기준 지지율이 2위를 기록하는 등 국정 운영의 표면적 상황은 화려하지만 내실은 갖추지 못한 셈이다. ‘적폐청산’을 앞세운 일방통행식 국정 운영이 협치 기반을 훼손하면서 여소야대란 불리한 여건을 악화시켰고 개혁을 뒷받침할 법률 제·개정과 예산 확보는 당분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청와대와 여권은 6일 현재 문재인 정부 100대 국정 과제 이행 관련 법안 중 본회의를 통과한 것은 모두 5건이라고 밝히고 있다.

행정안전부를 세종시 이전 제외 부서에서 삭제하는 ‘행복도시 특별법 개정안’, 재건축·재개발 시장 규제를 강화하는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개정안’ 등을 여권은 국정과제 법안으로 분류하고 있다. 하지만 이 같은 법안들은 모두 주요 국정과제 관련 법안으로 볼 수 없고, 세부 실천과제들을 뒷받침하는 데 불과해 사실상 아직 국정과제 관련 법안이 국회를 통과한 사례는 없다는 게 일반적인 평가다. 국정기획자문위원회는 지난 7월 100대 국정과제를 발표하면서 465건의 법률 제·개정이 필요하고, 2018년 말까지 427건의 통과를 추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향후 국정과제 관련 법안의 통과 전망도 밝지 않다. 당장 내년도 예산안을 두고 야당이 엄격하게 심사하겠다고 밝히고 있는 가운데 세입과 관련이 있는 소득세법·법인세법 개정안 등은 야당이 반대하고 있다. 대통령이 시정연설에서 밝힌 국가정보원법 개정안,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법도 적폐청산 정쟁과 맞물리면서 통과를 장담할 수 없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김형준 명지대 인문교양학부 교수는 “지난 6개월 동안 정부가 나름의 방향을 제시했지만, 방식이 거칠고 투박했다”며 “협치와 탕평 인사 등에서 성과를 내지 못했는데 과거 사례를 봤을 때 이 같은 상태가 계속된다면 안보와 경제에도 영향을 미치고, 결국 민심 이반으로 이어진다”고 말했다.

김병채·김영주 기자 haasski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