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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욱 서울대 경영대 교수

지난 26일, 간만에 기분 좋은 소식을 들었다. 한국 경제가 최근 29분기 만에 가장 높은 1.4% 성장률을 기록했다는 것이다. 반도체·화학·석유 등 다양한 효자 품목이 수출에서 최고치를 기록하며 이러한 깜짝 성장을 이끌었다. TV와 신문, 각종 인터넷 매체에서 이에 대한 분석과 토론이 이어졌다. 모두들 즐거운 표정이었다.

하지만 이를 보면서 다른 걱정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수출이 6.1% 증가하며 상승세를 탔지만, 실상 대한민국을 둘러싼 국내외 환경은 그리 좋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런 국내외 여건에서 깜짝 성장이 기쁜 뉴스임에 틀림없다. 하지만 자만해선 안 된다는 경종도 필요하다.

먼저, 국외 환경으로 북핵 문제, 미국의 보호주의 무역 정책, 중국의 사드(THAAD) 보복 등 초대형 악재가 아직 완전히 사라지진 않았다. 북한은 한 달이 멀다하고 실험을 하고 있으며, 이로 인한 대내외 긴장은 최고조에 이르렀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한·미 FTA 협상의 개정에 나서며 수출 호재가 지속되지 않을 수 있다는 걱정을 갖게 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수출의 급격한 선전으로 인한 깜짝 성장에 기뻐하기보다는, 이를 지속하기 위한 이슈에 초점을 맞춰 우리의 지속 가능한 경제성장을 위한 초석을 다질 때다. 이를 위해 무엇이 필요한가? 그 답은 창조적 파괴로 무장한 창의적 기업가의 육성이다. 그렇다면 이러한 창의적 기업가는 어떻게 성장하는가, 어떤 환경을 마련해 주어야 하는가? 창의적 기업가가 성공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하기 위해선 정부뿐 아니라, 학계·산업계의 협력이 중요하다.

우선, 창업 후 지속 가능한 사업 영위의 이슈가 가장 중요하다. 이 지속 가능성 이슈에서 정부가 도와줘야 할 것은 자금의 흐름과 지원이다. 과거 창업 지원을 살펴보면, 이미 지급한 금액에 대해 영수증 처리 형태의 창업 자금 지원도 허다했으며, 많은 창업자가 우수한 아이템으로도 판로를 찾지 못해 사업을 종료한 경우가 많았다. 이에 대한 대책이 필요하다.

또한, 학계에서는 이런 젊은이들을 키워내기 위해 전력을 기울여야 한다. 서울대 경영대학에서는 이미 벤처경영학 연합전공을 신설해 기업가정신을 지닌 청년들을 배양하기 위해 각고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러한 노력이 결실을 보아 많은 성공적인 창업가가 배양돼 최근 학내 소식지 등에 소개되기도 했다.

산업계 역시 이에 대한 지원이 필요하다.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은 기업 총수들을 불러 놓고 ‘청년들의 아이디어를 귀하게 대해 달라’고 부탁했다고 한다. 산업계에서는 창업자에게 부족한 판로 및 노하우 전수와 동시에 창업자의 아이템과 건전하게 경쟁하려는 기업가정신이 필요하다. 즉, 정부는 이러한 창업과 관련된 학계 및 산업계의 다양한 활동들을 지원하고, 그 조화를 이루기 위한 노력을 해야 한다. 이러한 여건이 조성됐을 때, 창조적 파괴와 기업가정신으로 무장한 한국형 창업가들이 활발하게 세계로 뻗어 나가, 이번과 같은 깜짝 성장이 아닌 장기적 성장을 통해 장기불황의 위험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이다.

앞서 언급한 대외 악재와 더불어 국내 악재인 저출산과 고실업 등 장기불황으로 갈 위험성이 충분한 상황이다. 이런 위기 속의 깜짝 성장은 가뭄에 단비와도 같은 소식임에는 틀림없다. 하지만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지금의 성장에 안주하지 말고, 진정한 미래 동력을 위한 환경을 조성하는 것임을 명심하고 준비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