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세계기록유산 총 16건으로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31일 새롭게 등재된 ‘조선통신사 기록물’의 하나인 왜관도(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와 ‘조선왕실의 어보’ 그리고 ‘국채보상운동 발기문’. 3건의 기록물을 세계기록유산에 추가함으로써 한국은 총 16건의 세계기록유산을 보유하게 됐다. 국립중앙박물관·문화재청 제공

- 유네스코, 기록물 3건 신규 등재

의례용 도장과 옥에 새긴 교서
일제에 항거 나랏빚 갚기 과정
200여 년 韓日 교류 인정 받아

일본군 위안부 기록물은 ‘보류’
日, 분담금 압박해 등재 길 막아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Memory of the World)으로 ‘조선왕실 어보(御寶)와 어책(御冊)’ ‘국채보상운동 기록물’ ‘조선통신사 기록물’이 새롭게 등재됐다. 그러나 등재 여부에 관심이 모아졌던 ‘일본군 위안부 기록물’은 포함되지 않았다. 31일 문화재청에 따르면 지난 24일부터 27일까지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제13차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국제자문위원회(IAC·International Advisory Committee of the UNESCO Memory of the World)는 ‘조선왕실 어보와 어책’ 등 최종 심사를 통과한 기록유산들을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할 것을 유네스코에 권고했으며 이리나 보코바 유네스코 사무총장은 권고를 받아들여 등재를 확정했다.

조선왕실의 어보와 어책은 의례용 도장인 어보 331점과 세자 책봉이나 직위 하사 시에 대나무나 옥에 교서를 새긴 어책 338점으로 이뤄졌다. 유교 국가인 조선왕실의 정통성을 상징하는 유물이다. 또 국채보상운동 기록물은 일제 항거의 역사가 오롯이 남아 있는 문건 2472건으로 구성됐다. 1907년부터 1910년까지 나랏빚을 갚기 위해 남성들은 술과 담배를 끊고, 여성들은 반지를 팔아 돈을 모으는 과정을 쓴 수기와 언론 보도 등이 포함됐다. 한국과 일본의 민간단체가 등재를 공동 추진한 조선통신사 기록물은 조선이 임진왜란이 끝난 뒤인 1607년부터 1811년까지 200여 년간 바쿠후(幕府, 무사정권)의 요청으로 일본에 12차례 파견한 외교사절에 관한 기록을 지칭한다. 기록물 수는 111건, 333점이다.

한편 한국을 비롯해 중국, 일본, 대만 등 9개국이 공동으로 신청해 등재 여부에 관심이 모아졌던 ‘일본군 위안부 기록물’의 세계기록유산 등재는 보류돼 아쉬움을 남겼다. 이에 앞서 일본 정부는 유네스코에 내는 분담금을 무기로 위안부 기록물의 세계기록유산 등재 저지 총력전을 벌였다. 일본은 유네스코에 미국(22%)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10%의 분담금을 지급하는 국가로, 그간 유네스코가 자국에 불리한 결정을 할 때마다 분담금으로 유네스코에 압력을 가했다. 특히 최근 미국이 유네스코 탈퇴를 선언한 이후에는 최대 분담금 지급 국가가 돼 영향력이 더 커졌다.

이번에 등재된 3건의 세계기록유산으로 한국은 △훈민정음(1997년) △조선왕조실록(1997년) △직지심체요절(2001년) △승정원일기(2001년) △조선왕조의궤(2007년) △해인사 대장경판과 제경판(2007년) △동의보감(2009년) △일성록(2011년) △5·18민주화운동 관련 기록물(2011년) △난중일기(2013년) △새마을운동 기록물(2013년) △한국의 유교책판(2015년) △KBS특별생방송 ‘이산가족을 찾습니다’(2015년) 등 기존의 세계기록유산 13건과 함께 총 16건의 세계기록유산을 보유하게 됐다. 2015년 기준 국가별 세계기록유산 숫자는 독일이 21건으로 가장 많고, 영국 15건, 폴란드 14건, 한국 13건이며 중국은 10건, 일본은 5건이었다.

이경택 기자 ktle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