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덕수궁 중화문 앞에서 23일 열린 ‘2017 신나는 세계음악 여행’ 무대에 오른 아이리시 밴드 ‘이른’이 문화유산국민신탁 회원들을 상대로 아일랜드 포크송 ‘대니보이’ 등을 연주해 들려주고 있다. 신창섭 기자 bluesky@

- 김종규 문화유산국민신탁 이사장 ‘국민운동’ 역설

2007년 출범…회원 200명에서
현재 1만2000명으로 크게 늘어

워싱턴 대한제국 공사관 매입
태백산맥‘보성여관’복원 활동

덕수궁서‘신나는세계음악’개최
양방언·장사익등 1000명 참석

“달항아리 하나만 해도 해외로 유출된 작품을 구입하려면 50억 원이 넘게 있어야 할지도 모릅니다. 몇몇이 나선다고 되는 일이 아닙니다. 국가와 국민 모두 힘을 합쳐, 없어져 가는 것들은 누군가 돈을 줘서라도 사서 함께 지켜야 합니다. 그런 운동이 확산돼야 합니다.” 가을 햇살이 따사로운 오후 덕수궁 중화문 앞에서 만난 문화유산국민신탁의 김종규 이사장은 회원들 사이에 ‘10만 양병설’로도 불리는 회원 10만 명 확보 목표를 또 한 번 강조했다. 김 이사장은 이어서 “잠시후 오후 3시부터 이곳 중화문에서 열리는 ‘문화유산국민신탁 회원과 함께하는 2017 신나는 세계음악 여행’도 문화유산의 보전과 계승을 위해 큰 도움을 주시는 1만2000여 회원 여러분의 기여와 동참에 보답하는 한편 10만 회원 확보를 위한 기원 대회 성격도 지녔다”고 말했다.

2007년 출범한 문화유산국민신탁은 보전 가치가 있는 문화유산을 취득해서 잘 관리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민·관 협력기관이다. 국민·기업·단체·국가 및 지방자치단체로부터 기부·증여받거나 위탁받은 재산과 회비 등을 활용한다. 문화유산국민신탁이 모델로 하고 있는 영국 내셔널트러스트는 현재 회원이 무려 420여 만 명으로 120여 년의 전통을 지녔다.

문화유산국민신탁 탄생의 산파 역할을 한 김 이사장이 2009년 새롭게 문화유산국민신탁 이사장을 맡았을 때 회원은 고작 200명이었다. 그러나 현재 회원은 1만2000여 명. 김 이사장은 충분히 10만 회원 확보가 가능하다고 힘주어 말했다.

문화유산국민신탁이 일반에 알려지며 회원 수가 기하급수적으로 늘게 된 것은 소설 ‘태백산맥’에 나오는 전남 ‘보성여관’을 복원해 역사체험시설로 개관하면서부터다. 이 여관은 2008년 보성여관 관리단체로 지정된 후 4년간 복원 작업을 거쳐 2012년 6월에 개관했다. 당시 복원 작업을 전후해 소설 ‘태백산맥’ 저자 조정래 작가, 영화 ‘태백산맥’ 연출자인 임권택 감독. 그리고 설계자인 김원 건축가, 이종상 화백 등이 힘을 실어주며 세간에 화제가 됐다.

또 미국 워싱턴에 있는 주미 대한제국공사관을 매입해 102년 만에 되찾은 것도 신탁의 존재와 목적을 알리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주미대한제국공사관 건물은 1889년부터 16년간 대한제국의 외교활동이 활발히 펼쳐진 역사적 공간이다. 이 건물은 1910년 국권침탈로 일제에 소유권이 넘어간 뒤 매각됐으나, 2012년 문화재청과 문화유산국민신탁이 매입했다.

한편 이날 오후 3시에 덕수궁 중화문 앞에 마련된 무대에서 시작된 음악회는 2018 평창 동계올림픽 대회와 동계패럴림픽대회 개·폐회식 음악감독을 맡은 양방언 피아니스트의 연주와 아일랜드 전통음악을 연주하는 아이리시 밴드 ‘이른’, 남미의 탱고 앙상블 ‘레오정 with 아이레스’, 한국아프리카음악춤연구소 AMDK 그리고 서용석류 대금산조의 대가인 이상현 문화유산국민신탁 홍보위원의 연주로 흥겹게 이어졌고, 회원으로 음악회 관람을 위해 덕수궁을 찾은 음악인 장사익이 찬조 출연하기도 했다.

음악회장을 찾은 문화유산국민신탁 회원 1000여 명은 3시간이 넘는 긴 공연시간 동안 자리를 지키며 공연자들에게 ‘손 하트’를 날리며 환호하는 등 열띤 호응을 보여주었다.

김종진 문화재청장은 이날 음악회 시작에 앞서 마련된 축사 무대에 올라 “문화유산국민신탁은 국민과 문화유산을 이어주는 소통의 징검다리”라며 “회원수 1만2000명이라는 숫자는, 단순히 인원의 문제를 넘어 문화재 보존의 방식이 과거의 관 주도 형식을 벗어나 오늘날 민·관 협력 체제로 전환되어 가고 있음을 보여주는 지표인 만큼 문화재청 역시 우리의 문화재를 어떻게 지키고 가꿔야 하는지를 국민의 곁에서 늘 함께 고민하고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이경택 기자 ktlee@munhwa.com


문화유산국민신탁 주최 ‘신나는 세계음악’ 주요 참석자 (가나다 순)

△강신성일 배우 △김시업 은평역사한옥박물관장 △김종진 문화재청장 △김종춘 한국고미술협회장 △김쾌정 한국박물관협회장 △김홍신 소설가 △박양우 전 문화체육관광부 차관 △박재동 만화가 △배기동 국립중앙박물관장 △신현웅 웅진재단 이사장 △성영목 신세계조선호텔 대표 △양방언 피아니스트 △엄재권 한국민화협회장 △윤주경 독립기념관 관장 △윤철호 대한출판문화협회장 △이건무 전 문화재청장△이광기 배우 △이기웅 열화당 대표 △이배용 전 이화여대 총장 △이옥경 서울옥션 대표 △이종덕 단국대 예술대학원장 △이홍구 전 총리 △임옥상 서양화가 △장사익 가수 △정세균 국회의장 △조정래 소설가·김초혜 시인 △최광식 전 문체부 장관 △한용외 국립박물관재단 이사장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