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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紙 “王 7상8하따라 퇴임
NSC서 모종의 중요한 역할”

후춘화·천민얼 상무위원 탈락
왕후닝·자오러지는 진입할 듯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2인자’로 유임 여부가 주목됐던 왕치산(王岐山·69) 중앙기율검사위원회 서기가 이번 제19차 공산당 전국대표대회(당대회)를 끝으로 퇴임하는 대신 시 주석이 설립한 국가안전위원회(NSC)에서 모종의 역할을 맡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또한 시 주석의 후계자로 예상됐던 후춘화(胡春華) 광둥(廣東)성 서기와 천민얼(陳敏爾) 충칭(重慶)시 서기가 오는 25일 진용이 드러날 중국 최고지도부 중앙정치국 상무위원에 진입하지 못할 것이라고 홍콩과 중화권 매체들이 집중 보도했다. 이 같은 보도가 맞는다면, 시 주석이 후계자를 지명하지 않음으로써 집권 2기의 권력 기반을 공고히 한 측면과 함께 최측근 ‘아웃’이라는 양보를 통해 당내 계파 간 정치적 타협이 동시에 이뤄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23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현재 서열 6위의 중앙정치국 상무위원인 왕 서기가 ‘7상 8하(七上八下)’ 원칙에 따라 퇴임할 것으로 관측됐다. 7상 8하는 5년마다 열리는 당대회 시점에 만 67세면 상무위원이 될 수 있지만, 68세 이상은 은퇴한다는 원칙이다.

SCMP는 중국 내 소식통의 말을 인용해 “시 주석이 왕 서기와 만나 유임 여부를 상의했고, 결국 정치적 안정을 위해 당내 규율을 준수하는 차원에서 왕 서기를 물러나게 한 것으로 보인다”며 “왕 서기도 퇴임을 통해 유종의 미를 보여주길 원했다”고 전했다. SCMP는 “하지만 왕 서기가 완전히 물러나지는 않고, NSC에서 뭔가 역할을 맡을 것이라는 관측이 유력하다”고 덧붙였다.

시 주석은 2014년 미국의 국가안보위원회를 모델로 한 NSC를 설립해 직접 주재하고 있으며, 여기에는 정치국원 12명과 정부와 군의 최고 관리 8명이 참여한다. 왕 서기가 지난달 미국 국가안보위원회에서 물러난 스티븐 배넌 전 백악관 수석 전략가와 만난 것도 시사하는 바가 있다고 SCMP는 밝혔다. 중국 시베이(西北)대학 역사학과 출신인 왕 서기는 농촌신탁투자공사 총경리, 중국인민건설은행장 등을 거쳐 2008년 국무원 부총리로 주로 무역과 금융 등을 관장했고, 미·중 전략·경제대화의 중국 측 대표로 참석하기도 했다. 2012년부터 중앙기율위 서기를 겸하며 시 주석의 집권 1기 역점 사업이자 최대 성과로 자부하는 반부패 투쟁을 주도했다.

한편 이번 당대회에서 후춘화·천민얼이 상무위원에 탈락한 대신 왕후닝(王호寧·62) 당 중앙정책연구실 주임과 자오러지(趙樂際·60) 중앙조직부장이 진입할 것이라는 보도가 쏟아지고 있다. 이는 덩샤오핑(鄧小平) 이후 유지돼온 공산당의 불문율 ‘격대지정(隔代指定·한 세대를 건너뛰어 그다음 세대 지도자를 미리 지정하는 것)’이 깨지는 것을 의미한다. 시 주석도 전전임이었던 장쩌민(江澤民) 전 주석에 의해 발탁됐다. 이는 시 주석의 집권 2기 권력 기반이 한층 강화되는 것은 물론 정치국원들을 중심으로 후계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임을 의미한다. 시 주석의 ‘책사’로 불리는 왕 주임은 당 중앙서기처 제1서기를 맡을 것으로 보이며, 집권 1기 시 주석 친위세력 강화에 공을 세운 자오 부장은 왕 서기의 후임인 중앙기율위 서기를 맡을 것으로 전망된다. 다른 상무위원들로는 시 주석과 리커창(李克强) 총리, 리잔수(栗戰書) 당 중앙판공청 주임, 한정(韓正) 상하이(上海)시 서기, 왕양(汪洋) 부총리 등이 꼽히고 있다.

김충남 기자 utopian21@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