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지난 12일 전남 담양군의 달빛무월마을로 농촌체험 행사를 나온 베트남 학생들이 대통밥 짓기를 하고 있다. 농림수산식품교육문화정보원 제공

(16) 농정원 ‘해피버스데이’… 전남 담양 달빛무월마을

지난 12일 오전 전남 나주시 일대에는 계절의 순환을 재촉하는 가을비가 부슬부슬 내렸다. 이날 나주시 대호동 동신대 교정에서 학생, 학교 관계자 등 40여 명을 태운 버스가 한 대 출발했다. 이 버스가 빗속을 1시간여 달려 도착한 곳은 담양군 대덕면 금산리 달빛무월마을. 버스에서 내린 이들은 동신대 어학원에서 한국어를 배우고 있는 32명의 베트남 20대 남녀 학생들이었다.

이 버스는 농림축산식품부가 주최하고, 농림수산식품교육문화정보원(농정원)이 주관하는 농업·농촌 체험을 위한 ‘해피버스데이(HappyBusday)’ 전용버스. 차량 외부에 ‘도시와 농촌의 유쾌한 동행-해피버스데이(HappyBusday)’라는 글귀와 이미지를 래핑하고 다닌다. 해피버스데이는 ‘매주 특정요일(목·금) 행복 가득한 버스를 타고 농촌으로 떠나는 날’이라는 의미다.

이 사업은 국민이 공감하는 행복한 농업·농촌 모델 확산을 위해 지난 2013년 시작해 올해로 4회차를 맞았다. ‘도시와 농촌의 유쾌한 동행’을 주제로 매회 30여 명에게 체험기회가 주어지는데, 회차별로 가족, 여성소비자, 반퇴·귀농 희망자, 대학생, 교사, 학생 등을 대상으로 진행한다.

이날 학생들을 마중 나온 달빛무월마을의 송일근 체험마을 위원장은 먼저 “‘달빛무월마을’이라고 하면, 달빛은 있는데 달은 없다는 뜻이냐고, 처음에 물어보시는 분들이 많다”면서 “그러나 무월은 그런 뜻이 아니고, 어루만질 무(撫), 달 월(月)자를 써서 ‘신선이 달을 어루만지는 듯한’ 아름다움이 배어있는 곳이라는 뜻”이라고 유래를 설명해줬다.

송 위원장은 동쪽의 망월봉에 달이 차오르면 마치 신선이 달을 어루만지는 듯한 절묘한 아름다움이 있어서 ‘무월’이라고 했으며, 마을 입구 커다란 바위에서 목탁소리가 울려 나와 마을을 점지했다고 하여 목탁바위라 부른다는 얘기도 덧붙였다. 목탁바위 옆으로는 ‘소망탑’으로 불리는 커다란 돌탑 2개와 수령 400년이 넘었다는 신령스러운 나무가 위엄을 드러내고 있기도 하다.

오전 체험의 첫 순서는 대통밥 만들기였다. 동네 주민이자 체험마을 사무장을 맡고 있는 김현경(여) 씨가 “여러분들이 직접 만든 이 밥으로 점심을 먹게 된다”면서 대통밥의 그릇 역할을 하게 될 대나무 종류 ‘맹종’에 대한 전설부터 풀어놓았다.

중국의 효행 설화에 따르면, 삼국시대 강하(江夏) 사람인 맹종은 오랫동안 병상에 누워 있던 그의 모친이 겨울임에도 불구하고 대나무 순을 먹고 싶다고 해서 눈이 가득히 쌓인 대밭에 나갔지만 효행을 할 수가 없어서 눈물을 흘렸는데 그 자리에 대나무 순이 돋아나 효행을 실천했다는 줄거리가 그것이다. 이야기를 전해 들은 학생들은 효도의 의미에 공감하듯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베트남 학생들은 김 사무장이 설명해주는 순서대로 각자의 대통 밑에 이름을 쓴 뒤 미리 불려놓은 쌀과 밤, 인삼 편, 잣, 대추, 은행 등을 넣은 뒤 물을 붓고 전통 한지로 뚜껑을 덮은 다음 끈으로 칭칭 동여매 주방 앞에 갖다 놓았다.

이어 마을 아주머니들이 밥을 찔 동안 송 위원장이 학생들을 이끌고 마을 투어에 나섰다. 우선 마을의 수호목과 목탁바위, 소망탑에 대해 소개한 뒤 마을에 한 채 남은 흙담집과 2009년 이후 새로운 한옥으로 변신한 40여 가구를 비교하는 설명을 이어갔다.

마을 중간에 있는 디딜방앗간과 중뜸샘을 지나는 동안 송 위원장은 “마을 뒤의 금산이 마을을 굽어보는 형상으로, 마을 전체가 약간의 경사지에 있어 전체 한옥이 남향이자, 조망권 분쟁 한 번 일어나지 않았다”며 “마을 사방에 있는 감나무에 꽃이 피면, 마을 전체가 꽃으로 보이기도 한다”고 자랑했다. “앞으로 멀리 보이는 것이 무등산”이라는 그의 설명과 함께 마치 조선시대 양반촌의 중심에 와 있는 듯한 착각에 빠져들었다.

겨울 초입이 되면 김장에 쓸 배추가 옹기종기 자라고 있는 밭과 몇백 년이 흘렀다는 도토리나무, 한옥 뒤뜰에 경계로 심어놓은 탱자나무, 조선시대 초기 만들어졌다는 커다란 항아리 등은 고고한 자태로 풍경을 그려냈다 .

30여 분 동안 마을을 둘러본 뒤 다시 체험관에 돌아와 쑥개떡 만들기를 하고 나니 대통밥이 다 됐다는 반가운 소리가 들렸다. 된장국과 10여 가지의 푸짐한 반찬을 양껏 담아갔던 학생들은 “다 맛있지만, 특히 돼지 불고기가 너무 맛있다”며 빈 접시를 내밀었다.

오후에는 한과만들기와 단감따기 농사체험이 이어졌다. 역시 마을주민인 강사의 설명에 따라 4명이 한 팀을 이뤄 강정을 만들 때는 베트남 학생들의 유쾌한 웃음소리가 달빛무월마을 곳곳에 배어들었다. 시간이 갈수록 빗줄기는 더 굵어졌지만, 달빛무월마을과 베트남 학생들의 다정함에는 그저 ‘배경’일 뿐이었다.

담양 = 글·사진 김윤림 기자 bestman@munhwa.com

이미지 크게보기 쑥개떡 빚기 체험을 하는 모습. 농림수산식품교육문화정보원 제공

이미지 크게보기 마을로 들어서는 한옥지붕 모양의 문과 표지판. 농림수산식품교육문화정보원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