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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계종 제35대 총무원장 당선된 설정 스님

“불교다운 불교, 존경받는 불교, 신심 나는 불교를 만들어야 합니다.”

12일 대한불교조계종 제35대 총무원장에 당선된 설정 스님(75·사진)은 “우리 모두가 뜻과 지혜를 모은다면 결코 어려운 일이 아니다”라며 “저는 기꺼이 그 길에 나설 것이며, 종도 여러분과 도반이 되어 함께 걷고자 한다”고 당선 소감을 밝혔다. 설정 스님은 이날 서울 종로구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에서 간선제로 치러진 선거에서 선거인단 319명 가운데 과반수인 234명의 지지를 얻어 임기 4년의 차기 원장에 선출됐다. 설정 스님과 경쟁한 수불 스님은 82표를 얻었고 3표는 무효 처리됐다.

설정 스님은 “부처님께서는 ‘계율을 같이 지니고, 소견을 같이 나누며, 항상 서로 자비롭게 말하고, 언제나 남의 뜻을 존중하고 화합하라’는 가르침을 주셨다. 우리 모두 일불제자로서 원융무애의 화합으로 새로운 한국불교를 열어나가기를 발원한다”며 종단의 화합을 강조했다. 이어 “이번 선거에서 함께 경쟁했던 수불 스님과 혜총 스님, 원학 스님께도 존경의 말씀을 올린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번 선거 과정에서 제기된 각종 개인적 의혹뿐 아니라 일부 스님과 재야 불교단체들이 ‘조계종 적폐 청산’을 요구하며 종단 내부의 골이 깊어져 설정 스님 앞에는 당선 이후에 적지 않은 과제들이 놓여 있다. 설정 스님은 선거 과정에서 서울대 학력 위조 의혹을 인정했고, 이어 숨겨둔 딸이 있다는 ‘은처자’ 의혹과 과도한 재산 문제도 불거졌다. 설정 스님은 당선 후 기자회견에서 “의혹에 대해 종도들과 논의해서 깔끔하게 소명하겠다”고 짧게 밝혔고, 마곡사 금권선거 의혹 등 적폐 청산 요구에 대해선 “정화와 청정승가의 정신으로 스님들 스스로가 여법하게 풀어나가자”며 구체적인 답변은 피했다.

오는 18일 조계종 최고 의결기구인 원로회의의 인준을 거쳐 31일부터 임기를 시작한다.

엄주엽 선임기자 ejyeob@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