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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우리나라의 복지 분야가 괄목할 만큼 성장한 것에 비하면 의료사회복지의 발전은 제자리 걸음입니다. 돈이 없어 치료를 못 받는 사람을 줄이기 위해선 이들을 상담하고 지원하는 의료사회복지사의 증원이 절실합니다.”

최경애(여·50)대한의료사회복지사협회장은 27일 오후 국회도서관에서 열릴 ‘취약계층 의료 안전망 강화를 위한 의료사회복지활동 제도화’정책 세미나에 앞서 가진 문화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의료복지에 대한 국민들의 요구가 증가했음에도 불구하고 제도적 근거는 1970년대의 상황에 그대로 머물러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1973년에 제정된 의료법 시행령에 따르면 지금의 의료사회복지사 역할을 하는 요원을 종합병원에 1명 이상을 둔다고만 규정돼 있는데, 이후 44년간 개정되지 않아 의료사회복지사 수요가 크게 늘어난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최 회장은 “의료사회복지사는 환자들의 심리정서·재활·경제적 문제는 물론 지역사회 자원과 연결 등을 돕는다”며 “특히 돈이 없어 치료가 어려운 환자들이 국가 제도 및 민간 지원기관의 도움을 받도록 정보를 제공하고 주선하는 일이 전체 업무의 60% 이상”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의료 사각지대에 있는 외국인근로자, 불법체류자, 자살시도자 등이 적절한 치료를 받는데 의료사회복지사들의 역할이 결정적이라고 한다.

최 회장은 “치료를 포기하는 환자들이 많으나 이들을 상담하고 지원해주는 의료사회복지사가 크게 부족하다”며 “하루빨리 의료사회복지사를 증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100병상당 1명의 의료사회복지사가 적정한데, 이 기준으로 볼 때 전국 종합병원 이상급의 필요 인원은 1661명이나 현재 698명에 불과하다”고 덧붙였다.

최 회장은 또 “현재 정신 건강과, 재활 의학과 ,장기이식, 호스피스 등 한정된 분야에서만 의료사회복지사의 상담 수가가 인정되고 있으나 다른 진료과목에서도 상담 의뢰가 많이 들어오고 있다”며 “상담 수가를 모든 진료과목으로 확대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대한뇌전증학회의 경우 지난 6월 정책세미나를 열고 “정신건강, 재활의학 등 분야에만 의료사회복지사의 상담 수가만 인정해주는 현 제도는 문제가 있다, 뇌전증 환자들의 경우 사회 적응이 어렵고 자살률도 높으니 의료사회복지사의 도움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고 한다.

최 회장은 이어 “모든 진료과목으로 의료사회복지사의 상담 수가를 확대하게 되면 병원 재정도 좋아져 의료사회복지사를 증원하는 데도 도움이 될 것”이라며 “의료사회복지사 증원 문제와 상담 수가 확대 문제는 서로 맞물려 있다”고 말했다.

의료사회복지사의 증원 방법과 관련, 최 회장은 “의료사회복지사를 많이 두면 환자들에 대한 서비스의 질이 좋아지는데, 이 경우 정부가 해당 병원에 인센티브를 주면 병원들이 자발적으로 의료사회복지사 증원에 적극성을 띨 가능성이 높다”며 “정부가 간호등급제를 통해 차등수가제를 적용하는 방식과 유사하다”고 말했다.

최 회장은 “문재인 정부가 최근 발표한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대책’ 가운데 ‘절박한 상황에 처한 환자를 한 명도 빠뜨리는 일이 없도록 대학병원과 국공립병원의 사회복지팀을 확충하여 촘촘한 의료안전망을 구축하겠다’는 부분이 있었는데, 이는 모든 의료사회복지사들이 꿈꾸던 소망이었다”며 “의료사회복지사 증원과 상담수가 확대가 그 지름길”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이번 세미나는 양승조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윤소하 정의당 의원이 주최하고 대한의료사회복지사협회가 주관하는 행사다.

정우천 기자 sunshin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