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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차트 1위를 달리는 아이유의 ‘가을 아침’은 제가 기타 유학하던 23세 때 만든 곡이다. 제게 벌어질 일이 아닌데 벌어져 감개무량하고 어리둥절할 따름이다. 너무 잊힌 노래를 다시 기억해줘서 감사하다.”

기타리스트 겸 영화음악감독 이병우(52)가 ‘가을 아침’의 원곡자로서 아이유와의 사연을 공개했다. 이병우는 오는 10월 20∼21일 백암아트홀에서 여는 ‘우주기타’ 콘서트를 앞두고 25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아시다시피 ‘가을 아침’은 ‘양희은 1991’ 앨범에 실렸던 곡이다. 앨범이 발매되기 전, 제가 유학 중에 만들었으니 벌써 30년 가까이 된 곡”이라며 “그래서 듣다 보면 가사에 ‘괘종시계’ 등 지금과 맞지 않는 단어가 나오는데 아마도 이런 오래된 정서가 더 신선하게 다가오는 게 아닌가 생각한다”고 밝혔다.

‘가을 아침’은 40대를 바라보는 나이의 양희은이 20대의 날카로움을 벗고 원숙함을 드러냈던 곡이다. 가사에 1980∼1990년대의 그윽한 정서가 잘 녹아 있다. “이른 아침 작은 새들／ 노랫소리 들려오면／ 언제나 그랬듯／ 아쉽게 잠을 깬다／／(…)／ 토닥토닥 빨래하는／ 어머니의 분주함과／ 동기동기 기타 치는／ 그 아들의 한가함이／／(…)／가을 아침 내겐 정말／ 커다란 기쁨이야.” 어느 가을 아침, 따뜻하면서도 평화로운 사람들의 모습에서 진한 가족애를 느낄 수 있다.

이병우는 “아이유에게서 먼저 전화가 왔다. 앨범을 마스터링하기 전이라며 노래를 들어봐 달라고 했다. 오래된 곡이라 나라면 이렇게 했을 텐데 하고 얘기했는데 아이유는 오히려 원곡에 충실히 하려 했다고 답해 의외였다”고 말했다.

이어 “아이유가 라이브 할 때 제가 걱정한 것보다 훨씬 잘했고 받아들이는 게 빨랐다”며 “한 번에 가는 ‘원 테이크’ 방식으로 녹음했는데 그게 저나 아이유 모두 좋아하는 방식이었다. 굉장히 흥미로운 작업이었다”고 설명했다.

이병우는 지난 8월 28일 방광암 투병 중에 세상을 떠난 ‘포크계의 대부’ 조동진과의 각별한 인연도 소개했다. 그는 “20대 초반부터 아예 동진이 형 집에 가서 살다시피 했다. 형과는 나이 차이가 많았으나 형은 누구보다 저를 친구처럼 대해줬다”며 “형은 어두운 정서를 표현한 가수로 알려져 있지만 실제로는 유머 감각이 뛰어났다. 항상 남을 배려하고 유쾌하게 하는 분이었다”고 회고했다.

이병우의 콘서트는 지난해 발표한 연주 앨범 ‘우주기타’를 테마로 하고 있다. 앨범 발표 후 지난해 한 차례 콘서트를 가졌으나 건강 등의 문제가 발목을 잡아 아쉬움이 남았던 터. 이번엔 클래식과 어쿠스틱, 영화음악 등 자신만이 할 수 있는 음악을 보여주겠다는 각오다.

이병우는 “내게 있어 기타는 살아가는 방법이다. 기타를 치면서 많은 걸 배웠다”며 “그건 마치 삶과도 같다. 라이브 공연이 제 모습이다. 책임감을 가지고 재미있게 준비하겠다”고 덧붙였다.

글·사진=김인구 기자 clark@munhwa.com